양윤경 제주4·3희생자유족회장

이제 또 다시 4월이다. 유채꽃 등이 온 섬을 화사하게 뒤덮고 있다. 하지만 예쁜 꽃을 보면서도 우리 제주4·3 유족들은 한 맺힌 눈물만 흘린다. 70년이나 지났지만 그리움과 서러움은 가슴 한 쪽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제주4·3 유족들은 절망 속에서도 주저앉아 있지 않았다. 완전히 잃어 버렸던 삶의 터전을 훌륭하게 일으켜 세웠다. 또 파괴된 제주인의 공동체는 화해와 상생 정신으로 복구했다.
2000년에 제주4·3특별법이 제정했다. 2003년에 진상보고서가 발간되면서 제주4·3은 어둠의 터널을 지나온 것 같다.

하지만 지난 보수정권 동안 평화공원을 폭도공원이라며 공원에서 화형식을 벌였고 4·3에 대해 왜곡, 진상보고서의 전면 부정, 4·3위원회 폐지, 각종 소송으로 4·3흔들기 작업을 진행했다.

일부 극우보수세력들이 그런 행동을 할수록 도민사회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음을 인지해야 한다. 지난 과거 반세기 이상 침묵을 강요했던 제주4·3의 진실이 드러나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역사의 흐름이기 때문이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대통령이 70주년 추념식에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추념사를 통해 유족과 도민에게 더 이상 제주4·3에 대한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강력한 메시지를 줄 것이라 기대한다.

더불어 100대 국정과제에 제주4·3해결을 포함한 만큼 국회에 제출돼 있는 특별법의 개정을 통해 불법군사재판의 무효 선언, 잘못된 호적의 정리, 희생자에 대한 개별 보상의 근거가 마련되길 희망한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유족과 제주도민의 기대가 매우 크다는 것을 6만 유족과 함께 전하고 싶다.

지난 3월 20일에 전국에서 처음으로 4월 3일을 지방공휴일로 지정했다. 중앙정부에서 재의요구에도 굴하지 않고 제주특별자도의회에서 만장일치로 재의결했고 원희룡 도지사는 곧바로 수용하고 공식 선포했다. 이에 도의회와 도지사의 결단에 감사를 전한다. 재의를 요구했던 국가혁신처는 이번 제주도의 결정을 겸허히 수용해 주기 바란다. 재의를 요구할 것이 아니라 미비한 사항이 있다면 법률 정비를 권고하는 것이 합당하다.

이번 제주4·3 70주년을 맞이하면서 많은 단체와 인사들이 수고를 해줬다.

제주지역에서는 100여개의 단체가 참여해서 제주4·3 70주년기념사업회를 구성해 4·3역사기행 등을 진행하고 있으며 전국 200여개의 단체로 구성된 제주4·3 제70주년범국민위원회에서는 광화문 문화제 등을 통해 4·3의 전국화에 노력해주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이 많은 국민들이 4·3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계기가 되고 있으며 실제로 4·3빼지달기 운동에 많은 국민들이 참여해주고 있다. 모든 국민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제주4·3은 유족만의 일이 아니다. 제주공동체를 파괴했던 제주도민 모두가 피해를 입었던 사건이다. 제주인이라면 4·3과 관련이 없는 분들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제주도민 전체가 참여하는 70주년이 되길 바라며 인권과 평화의 소중함을 되새기는 추념식이 되길 희망한다.

제주4·3희생자유족회는 암울했던 시기에 제주4·3문제 해결을 위해 힘쓰시다 말할 수 없는 고초를 겪은 사람들게 미안함과 고마운 말을 전한다. 그 노력 잊지 않겠다고 약속한다. 

길고 오랜 세월 강요된 침묵과 정치적 이념공세에 시달렸던 제주4·3이 이제는 인권과 평화의 메시지를 전하는 당당한 대한민국의 역사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70주년을 계기로 제주4·3이 평화와 인권, 화해와 상생을 상징하는 모델로 전 세계에 널리 교육되길 바라며 전국민과 제주도민이 함께 하는 제주4·3을 만들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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