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주년 제주4·3 추념식에 참석한 어머니와 어린 아들이 헌화를 하며 당시 희생자를 위문했다. 김용현 기자

제주의 4월은 샛노란 꽃망울을 터뜨린 유채꽃과 새하얀 속살을 드러낸 벚꽃으로 별천지가 된다. 하지만 이렇게 아름다운 섬 제주는 4월이 되면 저마다 가슴 속 깊은 곳에 응어리진 한으로 몸살을 앓는다. 제70주년 제주4.3희생자추념식이 3일 제주4.3평화공원에서 봉행됐다. 눈부시게 빛나는 봄 햇살을 맞으며 4.3 영령을 위무하려는 유족과 도민들의 발길이 흩날리는 벚꽃처럼 4.3평화공원을 뒤덮었다.

도지사 예비후보 추모 물결

○…올해 제주4.3 70주년을 맞아 6.13 전국동시지방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제주도지사 예비후보들의 추모가 이어졌다.

김우남 더불어민주당 도지사 예비후보는 지난 2일 4.3 70주년 추념일 성명을 내고 "4.3 70주년은 한 사건에 대한 연한의 의미가 아닌 제주가 갈등의 역사에서 평화의 역사로 도약하는 전기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대림 더불어민주당 도지사 예비후보도 이날 제주4.3 70주년 메시지를 통해 "4.3의 완전한 해결은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국가적.시대적 책무이자 사명"이라며 "완전한 4.3 해결을 위해 힘 쏟겠다"고 피력했다.

김방훈 자유한국당 도지사 예비후보는 이날 4·3 추념일에 즈음한 성명을 통해 "제주4.3은 대한민국 현대사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비극적인 역사"라며 "4.3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고은영 제주녹색당 도지사 예비후보는 3일 "4.3에 대한 진정한 회복은 미군의 책임을 조사하고, 규명함으로서 시작할 수 있다"며 "4.3의 해결이야말로 동아시아 평화의 섬 제주의 진정한 주춧돌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대통령 추념사 박수갈채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4.3 추념식에서 박수갈채를 받았다.

문 대통령은 3일 제주4.3평화재단에서 봉행된 제70주년 제주4.3희생자추념식에서 추념사를 했다.

문 대통령이 추념사를 읽어내려 가는 중간 중간 유족과 도민들의 박수가 이어졌다. 

특히 명예 회복과 유해 발굴 사업, 배.보상, 국가트라우마센터 건립 등을 언급한 부분에서는 박수갈채가 연이어 쏟아졌다.

문 대통령이 희생자와 유가족 등에게 사과하고 완전한 해결을 약속하자 참석자들 사이에서 '고맙수다'는 함성이 터져 나왔다.

'제주에 봄이 오고 있습니다'는 말로 추념사의 마지막을 장식한 문 대통령은 이날 이례적으로 12번의 박수를 받았다.

유명인 참여 4.3 알리기 한몫

○…제70주년 제주4.3희생자추념식이 3일 제주4.3평화공원에서 봉행된 가운데 유명인들이 추념식에 참여해 4.3 알리기에 한몫했다.

이날 제주 이주 6년째를 맞은 가수 이효리는 내레이션을 맡았다. 검정색 정장을 차려입은 이효리는 차분한 목소리로 △이종형 시인의 '바람의 집' △이산하 시인의 '생은 아물지 않는다' △김수열 시인의 '나무 한 그루 심고 싶다' 등 3개 추모시를 낭독했다.

이효리가 추모시를 낭독하는 동안 김형석 작곡가가 피아노를 연주했다.

특히 김형석 작곡가는 추념식 전체에 대한 음악자문과 편곡, 연주 등을 맡아 행사의 완성도를 높였다.

또 4.3 추모곡 '4월의 춤'을 만든 작곡가 겸 가수 루시드폴의 연주에 맞춰 4.3을 배경으로 한 '순이 삼촌'을 집필한 현기영 소설가가 추모글을 낭독했다.

가수 이은미는 가수 이연실의 '찔레꽃'을 부르며 유족들을 위로했다.

이날 추념식에는 제주4.3 캠페인 '4월엔 동백꽃을 달아주세요'에 동참하는 등 4.3 알리기에 앞장서온 영화배우 곽도원도 참석했다.

추념식장 봉사활동 눈길

○…올해 제주4.3희생자추념식에서는 70여개 단체가 봉사활동에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이들 단체는 음료 봉사를 비롯해 현장 안내, 청소, 교통봉사 등을 도맡으며 성공적인 추념식 봉행에 기여했다.

추념식에서 음료 봉사를 한 조영옥 봉개동부녀회장은 "수년부터 매년 추념식마다 해오던 봉사활동"이라며 "4.3희생자와 유족들의 아픔을 나누고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 위해 봉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주 4·3사건 사회적 이슈로 주목

○…제주 4·3사건이 사회적 이슈로 관심을 받고 있다.

3일 각종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에 '제주 4·3사건'이 등극하며 화제를 모았다.

이날 오전부터 제주4·3사건에 대한 각종 정보들이 공유되며 역사적 의미가 재조명된 가운데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제주 4·3사건을 한 줄로 요약한 문구"라는 제목의 글과 사진들이 올라와 이목을 집중시켰다.

한편 지난 2000년대 이후 제주4·3사건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지난 2000년에는 제주4·3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이 제정됐으며,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지난 2006년 직접 제주도를 방문해 제주 4·3사건 58주년 행사에 국가원수 최초로 참석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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