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석자들 노래 따라 불러 '뭉클'
공식무대서 처음 "감회 남달라"

"붉은 저녁 햇살에 꽃이 시들었어도 살 흐르는 세월에 그 향기 더욱 진하리"

3일 오전 안치환의 곡 '잠들지 않는 남도'가 제주4·3평화공원에 울려 퍼졌다. '잠들지 않은 남도'가 제주4·3 추념식 공식 무대에서 불린 것은 이 날이 처음이다.

노래는 제주4·3평화합창단(단장 김필문·지휘 이영효)이 맡았다. 지난해 12월 창단한 4·3평화합창단은 합창 공연을 통해 4·3을 알리고 평화·상생의 가치를 화음으로 승화한다는 취지 아래 마음을 모은 4·3유족 50명으로 구성돼 의미가 남다르다.

이날 합창단이 노래를 부르자 유족, 도민 등 참석자들이 함께 따라 부르는 등 가슴 뭉클한 순간이 연출되기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날 추념사를 통해 밝힌 "제주에 봄이 오고 있다"는 의미가 실감되는 순간이다.

4·3의 아픔을 담은 민중가요인 '잠들지 않는 남도'는 2008년 전까지 당시 위령제 식전행사에서 불렸지만, 보수정권이 들어선 2009년부터 '부르고 싶어도 부르지 못하는 곡'이 됐다.
희생자를 추모하고 유족과 도민을 위무하는 자리에서 부르기 부적절하다는 지적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국가추념일로 지정된 2014년부터는 4·3의 의미와 동떨어진 '아름다운 나라' 등을 불러 도민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제주4·3평화재단은 전 국민이 공감하며 부를 수 있는 4·3의 노래를 제작하기 위해 공모를 통해 창작곡 '비목' '빛이 되소서' 등을 선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유족과 도민들은 4·3추념식에서 '잠들지 않는 남도'를 부르기를 원했다. 이러한 염원은 식전행사에서는 2009년 이후 9년만, 본행사에서는 처음으로 이뤄지며 유족과 도민들의 응어리가 조금씩 풀리고 있다.

문성호 제주4·3평화합창단 매니저는 "4·3 유족들의 목소리로 행사장에서 '잠들지 않은 남도'를 부를 수 있게 돼 감회가 남다르다"며 "다만 일부 방송에서 합창의 모습이 편집돼 아쉬움이 컸다. 오는 7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리는 제주4·3 70주년 광화문국민문회제에서도 '잠들지 않는 남도'와 '애기동백꽃의 노래' 등을 부를 예정"이라고 관심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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