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모 한국폴리텍대학 제주캠퍼스 융합디자인학과 교수·논설위원

4월 5일은 '나무를 아끼고 심는 것을 권장하기 위해 제정된 날' 식목일이다. 계절적으로도 나무심기에 좋은 시기의 이 날은 10여년 전 주5일 근무제가 시작되면서 공휴일에서 제외되긴 했지만 그 만큼 중요한 날로 여겨 공휴일로 지정됐던 점이 주목할 만하다. 나무는 우리에게 소중한 자원이고 자연 재해를 예방해줌과 동시에 신선한 산소를 공급해줬다. 최근 지구온난화의 심각성이 대두되고 미세먼지가 우리들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시점에서 예전의 식목일이 더 감사하게 느껴진다. 제주도의 푸름이라 하면 중산간 일대의 넓은 초지가 가장 먼저 생각난다. 예로부터 말을 방목했고 한라산 정상까지 높이 올라갈수록 벚나무 자생 군락과 산철쭉, 구상나무와 같은 침엽수림 지역이 차례로 펼쳐진다. 다음으로 지표의 용암층위에 식물과 생태계가 독특한 생태환경을 일궈나간 곶자왈이 연상된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열대 북방한계 식물과 한대 남방한계 식물이 공존하는 제주도의 독특한 지형 곶자왈은 나무, 덩굴식물, 암석 등이 뒤섞여 숲을 이루고 있다. 이들은 제주가 유네스코 생물권보전지역,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등 유네스코 자연과학분야 3관왕에 오르는데 가장 큰 배경이 돼 줬고 오늘의 관광도시 제주를 있게 해준 원천이 되었다. 식목일을 맞아 이러한 제주의 자연을  보존·보호해야 함을 강조하고자 한다.

제주도에서의 식목일은 중산간을 보존하고 쓰레기를 줄이는 날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잘 자라고 있는 나무를 훼손하지 말고 나무가 잘 자랄 수 있도록 쓰레기를 줄이고 재활용률을 높이는 것이 제주도식 식목일이라 사료된다. 아누크 부아로베르와 루이 리고가 함께 작업한 책 '나무늘보가 사는 숲에서'에서도 환경 문제에 대한 심각성을 재치있게 묘사했는데 그 중에서도 난개발에 대한 대목이 인상 깊다. 자연경관과 어울리지 않는 시설물이 생겨나는 것은 고사하고 이를 위해 한라산 중산간 구릉과 야산을 깎아 최근 3년 동안 제주도에서 적지 않은 면적의 임야가 사라졌다. 이런 식으로 한라산 중산간 일대 등 임야가 개발을 거듭할 경우 머지않아 제주도가 난개발 후유증을 심하게 앓을 것이 예상된다. 지금이라도 중산간 난개발을 방지하는 관련 정책과 조례를 면밀히 살펴 개정 또는 제정해 유지했으면 한다. 

아무리 좋은 정책도 초기에는 혼선이 있기 마련인데 제주도 쓰레기분리배출이 이제 과도기를 넘어서 도민들의 생활 속에 일부 자리 잡았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는 원망을 들어야하는 힘든 정책임에도 불구하고 용기있게, 소신있게 정책을 펼친 제주시에 박수를 보낸다. 제주도는 도민들의 삶의 터전이다. 입도 관광객도 쓰레기 배출에 예외일 수 없어 제주 환경을 위해 관광객 총량제 도입과 함께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쓰레기 배출 안내도 필요하다. "제주도는 쓰레기에 민감한 도시이고 함부로 버리거나 분리수거를 철저히 하지 않으면 안된다. 도민들도 쓰레기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더라"는 말이 제주를 다녀간 관광객들의 입에서 나와야 한다.  도민들도 후손들을 생각해 불편함을 감수해야 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적극 동참할 것이며 제주를 찾는 이들 또한 여기에 힘을 보태야 한다. 방법의 변화는 있을 수 있으나 도내에서 숨 쉬는 모든 사람들이 정말 깨끗한 제주, 청정한 제주를 만들자는 의식으로 함께해 주었으면 한다.

식목일 이후로는 비치코밍(Beachcombing) 형태의 랜드코밍(Landcombing) 개념을 제주에서 시작해 봤으면 한다. '랜드코밍'이라는 단어는 사전에는 없으나 '땅위를 빗질하듯 땅위의 쓰레기들을 줍는 행위'를 일컫는 말로 필자가 생각해 본 단어이다. 시·도와 함께 읍·면·동별로 '랜드코밍 DAY'를 지정해 실시하는 것과, 환경단체 등이 캠페인을 전개하는 것도 시작을 알리기에는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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