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우절과 함께 거짓말처럼 벌써 4월이 왔다. 제주의 가슴 아픈 역사 4월 3일이 다가왔다는 뜻이다.

제주4·3은 제주의 아픈 기억이면서도 일어나지 말았어야 하는 사건이다. 

4·3 추념일에는 공식행사가 진행되고 많은 사람들이 추모를 한다는 뉴스가 여기저기 방송되지만 어디까지나 텔레비전 속 이야기일 뿐이다. 주위를 둘러보면 4월 3일에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는 진심이 담긴 추모의 흔적을 찾아보기 힘들다.

작년 4월 1일, 나는 '제14회 4·3 청소년이야기한마당'에 참가했다. 늘 그랬듯 그날도 이야기마당 대회 참가학생들과 함께 대회장소로 가기 전 신산공원에서 봉행되는 '제주4·3해원방사탑제'에 참석했다. 그곳에는 4·3 50주년인 1998년에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을 위해 제주 전역의 돌을 모아 건립됐다는 방사탑과 어울리지 않게 행사 관계자, 취재기자, 그리고 나를 비롯한 참가학생과 학부모 몇몇이 전부였다. 지방신문 끝자락에 '제주4·3해원방사탑제'에 대한 짧은 언급이 있는 것이 다였다. 4·3이 남들은 모르는 우리만의 잔치 같은 느낌이 들어 늘 안타까웠다. 

그런데 올해, 거짓말 같은 일이 벌어졌다. 4·3 70주년, 유명 연예인들이 텔레비전을 통해 전국으로 4·3에 대해 설명하고 동참을 호소하며 동백꽃 배지를 달기 시작했다. 따뜻한 봄바람 사이로 꽃망울이 싹틀 즈음 하나 둘 시작한 추모행사가 소리굿, 마당굿, 그림, 각종 전시회 등 다양한 형태로 여기저기서 꽃피우기 시작했다. 올해 4월은 조금만 관심 갖고 고개를 들면 각자가 좋아하는 다양한 방법으로 4·3을 추모하고 기억할 수 있게 됐다. 

올해와 같은 4월이 내년에도 계속됐으면 좋겠다. 모두의 관심 속에서 제주 4·3을 널리 알릴 수 있도록. 노형중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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