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에서 땅 밑은 죽음의 세계다. 죽은 자는 지하세계를 관장하는 하데스의 궁전에 이르기까지 5개의 강을 건너야 한다.

저승사자가 죽은 자의 영혼을 첫 번째 강인 '아케론(슬픔)'으로 인도한다. 여기서 영혼은  슬픔을 버리고 간다고 한다. 이후 코키토스(시름), 플레게톤(불), 레테(망각)를 거쳐 마지막 강인 스튁스(증오)에 도착한다. 각각의 강을 거치면서 이승의 시름·망각·증오 등을 버려야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처럼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레테의 강을 건너면 살아있을 때의 기억을 모조리 잊게 되는 것처럼, 아주 중요한 일들조차 마치 지우개로 하얗게 지워지곤 한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신에게 불리한 기억은 지워버리고 유리한 기억만 오랫동안 품으려는 경향을 보인다. 그래서 인간을 '망각의 동물'이라고도 한다. 사실 망각은 전에 경험하거나 학습한 것을 상기하거나 재생하는 능력이 일시적 또는 영속적으로 상실하는 현상을 말한다.

개인의 기 기억 속에 이미 저장됐던 정보를 잃어버리는 현상으로 기억과 반대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사물과 행동 등이 머릿속에 기억되듯, 망각도 시간이 흐르면서 일어나는 보편적인 현상이다.

제주로 수학여행을 가던 경기도 안산시 단원고등학교 학생들을 포함해 모두 476명을 태우고 인천항을 출발한 새월호가 2014년 4월 16일 오전 8시 50분께 전남 진도군 조도면 부근 해상에서 전복돼 침몰했다.

이 사고로 304명이 목숨을 잃었다. 희생자에는 단원고등학교 학생과 교사 261명도 포함됐다.

세월호 참사 4주기를 맞아 지난 6일부터 18일까지 제주학생문화원 전시실에서 '단원고 희생자 261인 기억육필시-단원고의 별들, 기억과 만나다'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좋지 않은 기억들을 항상 간직하지 않고 매일 슬픔에 잠기지 않는 것도 망각 때문일지 모른다.

그러나 망각은 고통으로 다가올 수 있다. 결코 잊어서는 안 될 일을 잊어버려 다시 반복되는 일들이 우리 주변에는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4년 전 세월호 사고와 희생자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는 것이 세월고 사고와 같은 참사를 막는 첫걸음이다. <강승남 교육체육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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