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길 서귀포의료원장

죽음!  그냥 두렵고 무서운 것이다. 좋아하는 사람도 없겠지만 죽음을 피해갈 수 있는 사람도 없다. 

통계를 보면 2016년 한해 우리나라의 총 사망자 수는 28만827명으로 하루에 769명이 사망하였다. 화장하는 비율은 2016년 전국 평균이 82%지만 제주도는 67%정도로 낮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죽음을 터부시하고 피하려고 하지만 서양에서는 죽음을 자연스런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이런 인식의 차이에 장례문화도 한 몫 하는 것은 아닐까.

영화나 TV에서 보는 서양의 장례식 장면은 그렇게 무섭다는 생각이 안 든다. 단정하게 화장하고 머리도 예쁘게 빗고 평소에 입던 옷 가운데 가장 예쁜 옷을 입고 관 속에 누워있는 고인의 모습은 평소와 크게 다르지 않아서 덜 이질적이다. 그래서 남은 사람들이 받는 정신적인 충격도 덜할 것으로 생각된다. 

우리나라의 장례문화는 어떤가. 전통적인 방식으로 염하고 수의를 입혀놓은 모습은 평소에 보던 고인과 너무 달라서 유족들에게 정신적인 충격을 줄 정도다. 정 떼는 데는 도움이 될 지 모르겠으나 고인에 대한 좋은 추억을 오래 간직하는 데는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다.

상복도 서울을 비롯한 육지에서는 전통적인 상복 대신에 검은색 정장, 치마저고리를 입는 상주들이 많지만 제주도는 아직도 전통적인 상복이 주를 이룬다.

장례식이 치러지는 동안 고인은 멀리 떨어져있는 차가운 냉동고에 보관돼 있고 문상객들은 빈소에 있는 영정사진에 절하면서 마지막 작별을 고한다.

고인은 소외되고 철저하게 상주나 유족 중심이다. 상주와 문상객들은 서로 눈도장을 찍고 형식적인 체면치레하기 바쁘다. 문상객이 몇 명이 왔느니 숫자를 따지는 사람들도 있다.

과학이 발달하지 않은 과거에는 전통적인 장례방식이 최선이었을지 모르나 지금은 아닐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장례문화도 서양처럼 고인과 유족 중심으로 바꾸면 어떨까. 고인을 예쁘게 꾸미고 평소에 입던 좋은 옷을 입혀서 생전 모습 그대로 마지막 작별을 하게 하자. 가족의 규모가 작은 핵가족시대라서 앞으로 문상객의 숫자는 점점 더 줄어들 것이고 작은 장례식이 많아질 것이다. 전통적인 장례식은 핵가족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사후에 남은 유족을 위로해줄 사람도 많지 않다.   

필자는 가족들에게 말한다. 내가 죽으면 낯선 수의 대신 평소에 입던 깨끗한 와이셔츠에 양복을 입혀서 정중하고 엄숙하게 작별의식을 치러달라고. 그래야만 남은 사람들이 나를 좀 더 좋은 모습으로 더 오래 기억해줄 것 같다.

장례문화가 바뀌면 장례식에서 받는 유족들의 충격도 덜하고 고인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간직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죽음에 대한 인식에도 변화가 올 수도 있다.

죽음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일 수 있게 장례문화를 바꾸는 것은 어떨까. 마지막에 당신은 어떤 모습으로 사랑하는 사람들과 헤어지고 싶습니까. 그리고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습니까. 우리가 선택해야 한다. 우리의 선택이 장례문화를 바꾸어놓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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