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간 「디새집」이 1930년대 고씨 집안의 장례 풍속 등 1919년에서 41년까지 한국의 풍속을 기록한 사진 자료를 실어 눈길을 끌고 있다.

 도서출판 열림원이 발행하는 「디새집」은 봄호에 ‘1919년에서 1941년까지, 그 아득한 기억’이라는 특집으로 당시 조선총독부 촉탁지원인 무라야마 지준(1891∼1968)이 찍은 한국의 일상생활을 담은 사진들을 소개했다.

 이번에 공개된 사진들은 일본의 잡지인 「자연과 문화」에 한차례 소개됐던 것으로 국내 출판물을 통해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도쿄제국대학을 출신인 무라야마 지준은 1919년 조선총독부 촉탁직으로 한국에 건너와 22년 간 한국 전역을 돌며 의식주와 귀신, 풍수, 민속종교, 전통 놀이에 대한 폭넓은 조사를 실시, 기록을 남겼다.

 무라야마 지준(村山智順)은 1931년 아키바 다카시와 함께 제주를 방문, 제주의 풍습과 신방 본풀이 등을 자세하게 조사했다. 이번에 공개된 고씨 집안 상례 사진도 이 기간에 촬영한 것으로 추정된다.

 명정(銘旌)에 탐라 고씨라고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이 사진은 관(冠)과 효건(孝巾)을 쓴 상주가 상여를 따르는 순간을 촬영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제주에서 행해졌던 장례 풍속의 일단을 엿볼 수 있다.

 계간 「디새집」이 입수한 사진자료는 약 400여 점. 이 중 제주관련 사진은 20여 점에 이른다. 「디새집」 관계자는 이번에 공개한 고씨 상례를 비롯, 제주의 농사, 무속을 기록한 사진자료들도 다수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디새집」측은 제주관련 사진만 따로 모아, 특집을 기획할 예정이다.

 이번에 공개된 사진은 무라야마의 사진자료 가운데 출생과 죽음에 관련된 16장이다. 고씨 상례를 비롯, 유행성 감기를 낫게 하기 위해 가느다란 새끼줄을 목에 건 평안남도의 어린이, 장례 행렬 선두에서 잡귀를 물리치는 방상씨의 모습이 담겨져 있다.

 무라야마 지준의 사진은 그동안 일본 게이오 대학의 노무라 신이치 교수가 보관하고 있었다. 노무라 교수는 사진 한 장마다 자세한 설명을 덧붙였고 이를 게이오 대학 연구원으로 있던 고운기 시인이 번역했다. 「디새집」은 무라야마 지준의 사진, 300여 점을 1년에 걸쳐 지면을 통해 공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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