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재 제주대학교 생물학과 교수·논설위원

제70주년 4·3희생자 추념식이 거행된 올해 4월 초순은 따뜻한 날씨가 이어져 여느 때보다  포근한 봄이었다. 지난달부터 꽃망울을 터뜨리며 만개한 벚꽃들도 비나 바람에 의하지 않고 순전히 꽃잎이 시들어 떨어지며 봄을 오롯이 느낄 수 있게 했다.

이러한 날씨 속에 치러진 제70주년 4·3희생자 추념식은 전국적인 관심 속에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많은 정치인들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추념사를 통해 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한 약속으로 "여러분 제주에 봄이 오고 있습니다."라고 확인해 줬다.

필자는 한걸음 더 나아가 우리지역의 얼어붙은 기업경기에도 봄이 왔으면 하는 바람을 가지게 된다.

지난 3월의 제주지역 기업경기는 2월에 비해 호전됐다고 한다. 하지만 여전히 얼어붙어 있는 지역경기에는 활력이 필요하다. 

한국은행 제주본부가 발표한 2018년도 3월 제주지역 기업경기조사 결과에 따르면 3월 중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는 71로 전국평균인 77보다 낮았다. 

특히 제조업 업황 지수는 6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도내 기업들은 인력난, 인건비 상승, 경쟁심화, 내수부진 등의 경영애로를 호소하고 있다.

우리지역은 오래전부터 농·축·임·어업 등 1차 산업과 관광·서비스 등 3차 산업에 편중된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이러한 산업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1차와 3차 산업을 동반 발전시킬 수 있는 촉매산업으로서의 제주형 제조업을 육성해 오고 있다. 지역 특산품을 제조·판매하는 제조업체들은 관광객들을 주 고객으로 영업하고 있다. 따라서 관광지와 제조업은 동반자적 협력관계를 유지하며 발전해 나가야 한다.

하지만 최근 제주의 관광 산업이 외국인 관광객 급감과 관광 패턴의 변화 등으로 인해 상황이 크게 변하고 있어 여러 가지 어려움에 봉착해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제주관광공사가 발표한 2017년 제주도 방문관광객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를 방문한 국내·외 관광객 수는 외국인 관광객이 123만여명으로 65.7% 감소했다. 내국인 관광객은 1352만여명으로 10.3% 증가했다. 전체적으로 전년 대비 관광객은 6.9% 감소했다. 뿐만 아니라 국내·외 관광객이 1인당 지출한 경비도 전년에 비해 큰 폭으로 감소했다. 물론 관광업계는 사드 위기를 계기로 제주 관광의 질적 성장을 도모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날로 새로워지는 관광객들의 관광패턴에 맞추어 변화하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또한 알뜰 관광객이라 호칭되는 내국인 관광객이 증가했다고는 하지만 제주 관광산업이 활성화되기에는 아직 역부족이다. 그래서 미래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

구글이 선정한 미래학자 토머스프레이는 2030년이 되면 현존하는 대학 중 절반 이상이 사라질 것이라 예언했다. 이쯤이면 현존하는 산업들이 어떻게 변할지 상상이 된다. 모든 것들이 온라인상에서 이루어지는 세상이 도래하고 있다. 따라서 구체적인 미래에 대한 대비책 없이 청정제주, 평화의 섬 등 슬로건만 요란하게 내세우기 보다는 변혁의 시대를 맞이해 획기적인 발전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갈등의 에너지를 지역발전의 에너지로 승화시키기 위해서는 산적한 지역현안을 공론화하고 함께 토론하는 문화의 정착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장자는 "개가 잘 짓는다고 좋은 개로 인정받는 것이 아니고 사람이 능숙하게 말한다고 슬기롭다고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고 했다. 이제 우리 지역의 운명을 결정하는 리더를 뽑는 지방선거가 돌아오고 있다. 도민들이 지혜롭게 판단하셔서 지역 경기에 봄의 활력을 불어 넣을 수 있는 리더십이 선출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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