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경희 논설위원

올해 70주년을 맞은 제주4·3은 여느때와 확연히 다른 분위기다. 무엇보다 국민들의 관심이 높다. 지난해까지 제주에서만 치렀던 추모 행사가 올해 처음으로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릴 만큼 제주4·3은 대한민국의 역사임을 알리려는 전국화 열기가 뜨겁다. 종교계도 너나 할 것 없이 4·3 희생자를 위로하는 행사를 열었다. 또 전국 20여개 분향소에서도 추모 및 문화행사가 열리는 등 70주년을 맞아 각지에서 4·3의 올바른 이해와 완전한 해결에 동참하려는 마음들이 모였다. 

4·3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참여는 4·3의 상징인 동백꽃 배지 달기에서도 확인된다. 제주도는 당초 5만개를 만들 예정이었지만 도내·외에서 요청이 이어지면서 배포된 배지는 벌써 60만개가 넘었다. 그런가하면 연예계를 비롯한 각계각층 인사 등이 참여해 4·3을 알리고 완전한 해결을 호소하는 동백꽃 달기 캠페인도 4·3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와 관심을 높였다. 

70주년을 맞은 4·3의 완전한 해결에 대한 염원은 문재인 대통령의 추념사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2006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이어 두번째로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한 문 대통령은 추념사를 통해 "국가폭력으로 말미암은 그 모든 고통과 노력에 대해 대통령으로서 다시 한번 깊이 사과드린다"며 고개 숙이고 진상규명과 희생자 명예회복 등 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 흔들림 없이 나갈 것을 약속했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은 제주4·3에 이념의 잣대를 들이대려는 시각도 경계했다. 문 대통령은 "아직도 4·3의 진실을 외면하는 사람들이 있고 낡은 이념의 굴절된 눈으로 4·3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다. 아직도 대한민국엔 낡은 이념이 만들어낸 증오와 적대의 언어가 넘쳐난다"며 "우리 스스로 4·3을 직시할 수 있어야 하고 낡은 이념의 틀에 생각을 가두는 것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당부했다. 

대통령의 추념사처럼 우리 사회에는 70년전 국가폭력에 의한 억울한 희생을 왜곡하려는 시도가 여전히 존재한다. 이는 모두가 한목소리로 화해·상생과 통합을 말한 올해 추념식 날에도 이어졌다. 자유한국당은 논평에서 4·3을 "남로당이 대한민국 정부수립을 반대하기 위한 무장폭동으로 시작된 사건"이라고 규정하는가 하면 홍준표 대표도 페이스북을 통해 "4월3일은 좌익 무장폭동이 개시된 날"이라고 주장했다. 남로당과 북한의 책임을 거론하면서 군과 경찰의 진압을 정당화하려는 일부 보수 언론들의 시각도 이념의 틀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정부가 발간한 4·3 진상보고서에서 보듯이 당시 희생된 양민들은 이념을 알지 못한 채 목숨을 잃었다. 4·3은 잘못된 국가권력에 의해 자행된 학살사건으로 제주도민들은 이념과 무관하게 모두가 피해자일 뿐이다. 편을 갈라 서로가 잘못했다며 헐뜯고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는 이념 논쟁은 소모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2013년에는 오랜 세월 서로를 불신했던 4·3유족회와 제주경우회가 "우리 모두는 피해자"라는 공통분모를 형성하면서 조건 없는 용서와 화해를 선언했다. 제주도민들이 대립과 갈등의 아픈 과거를 넘어 화해와 상생의 미래로 나아가겠다는 의지를 함축하고 있다.

제주4·3은 올해 70주년을 맞아 완전한 해결의 분위기도 무르익고 있다. 대통령은 추념사에서 "4·3의 완전한 해결이 제주도민과 국민 모두가 바라는 화해와 통합, 평화와 인권의 확고한 밑받침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강조에도 불구하고 4·3을 여전히 진보·보수, 좌·우 이념 대결의 도구로 삼으려는 낡은 생각도 존재하고 있어 도민들의 걱정이 적지 않다. 70년전처럼 제주4·3을 이념의 잣대로 바라보면 상처가 아물기는커녕 치유가 불가능하다. 더 나아가 4·3의 완전한 해결은 물론 국민통합과 국가 발전도 결코 이룰 수 없다. 이제는 정말 4·3에 대한 낡은 이념의 잣대를 거둬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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