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재단 4·3 70주년 해원상생큰굿서 ‘옛날 사진관’운영
고승욱·박정근·박선영 작가…15일까지 촬영·치유 등 진행

이제 여든을 바라보는 아들은 건장한 어깨에 동네일에 늘 앞장서 나섰던 30대 아버지를 떠올렸다. “여기 보고 웃으세요”라는 주문에도 좀처럼 얼굴이 펴지지 않는다. 떨리는 입술은 웃는 것인지, 우는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비극도 모자라 70년이나 숨죽여 고통을 감수하면서 힘이 빠진 손에 펜을 쥐고 ‘아버님의 영혼이 편히 쉬도록 하겠습니다’ ‘대통령님 꼭 봄이 오도록 해주십시오’ 하는 글귀를 써내려간다. 삐뚤빼뚤하고 맞춤법도 맞지 않은 글이지만 하나같이 ‘진심’이다.

15일까지 4·3 70주년 해원상생큰굿이 열리고 있는 4·3평화공원 위령제단 굿청을 끼고 제주4.3평화재단이 특별한 공간 하나를 만들었다.

이제는 고령이 된 4·3 생존 희생자·유족의 현재와 떠나보낸 혈육 등에 전하는 메시지, 마지막 바람 등을 기록하는 ‘옛날사진관’이다.

고승욱·박정근·박선영 작가가 참여해 생존희생자·유족들의 사진을 무료로 대상으로 무료로 사진을 촬영해 주는 프로젝트다. 참가자들이 스스로에게 ‘오늘’을 선물하고, 그동안 묻어뒀던 감정을 글로 남기는 과정을 통해 치유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촬영한 사진은 28×35㎝로 인화해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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