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건 미래스포츠산업 정책연구소 대표

'나는 비빔밥을 즐겨먹는다' 밖에서뿐만 아니라 집에서도 냉장고에 있는 다양한 재료를 활용해 간편하게 최상의 맛을 낼 수 있어 사랑한다. 맛있게 먹는 비결의 핵심은 고추장과 참기름 양의 조합이고, 나머지 재료는 그날그날 냉장고 사정에 따라 달라지지만 언제나 정성스레 만드는 비빔밥은 맛있다. 

요즘 셰프라 불리는 요리사 역시 최상의 맛을 내기 위해 재료선별부터 각각 재료들의 특성을 파악하고 조리순서 뿐만 아니라 거기에 맞게 양념을 넣어 열정을 다해 음식을 만들어낸다. 이렇듯 좋은 재료만 있다고 맛있는 음식이 완성되는 것이 아닌 것처럼 맛있는 한 끼의 식사를 만들어 내기 위해 정성과 심혈을 기울이는데 엘리트선수를 육성하는 스포츠 교육현장에서는 어떨까. 

지난해 모 고등학교 운동부를 대상으로 단기간 특강을 나갔던 적이 있다. 훈련환경은 예상했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오전 정규수업이 끝나면 각자 종목의 훈련장으로 이동 후 지도자가 없는 상황에서 훈련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진부한 훈련프로그램도 있었고 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각 종목의 기술에 맞는 체계적인 훈련이 이뤄지지 않았고 선수 개개인의 발육발달과 기초체력 향상을 위한 장기적인 계획과 훈련, 그리고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는 진로상담 또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이는 종목의 특성과 선수의 개인적인 상황, 의견이 무시되고, 획일적인 훈련방식으로 단순하게 상급학교 진학을 위한 일차원적 목표를 가지고 성적위주의 훈련을 진행하기 때문일 것이다.

청소년기는 불안정한 심리변화를 비롯해 신체의 발육과 발달이 급격하게 향상되는 시기로 운동기능에 대한 정확한 교육과 트레이닝은 향후 성인기의 신체상태와 경기력을 결정하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영향으로 미치게 되고, 경기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둘 수 있는 조건으로 심리적, 생리적, 환경적 요인 등의 조화가 필요하다. 엘리트스포츠의 저변확대를 위해 다양한 정책과 행정지원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물론 지도자를 위한 여건이나 환경이 다소 미흡할 수도 있지만 비가 내리지 않는다고 멍하니 앉아서 하늘만 쳐다보고 있을 수만은 없지 않은가. 훌륭한 지도자가 언제나 우수한 선수를 육성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수한 선수의 곁에는 항상 훌륭한 지도자가 존재한다는 것은 정설이다.

2002월드컵에서 대한민국을 4강의 신화로 이끌었던 히딩크의 리더십, AFC U-23 챔피언십에서 베트남을 결승전까지 이끌었던 박항서의 매직,  평창동계올림픽에서 메달불모지를 메달밭으로 만들어낸 설상종목과 슬라이딩종목, 빙상종목인 컬링만을 두고 봤을 때 지도자의 역할은 중요하다. 

지금까지 중시돼 왔던 지도자의 권위와 종적의미로 고착돼 왔던 리더십은 사라져야할 관행으로 선수들이 자발적으로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며 이제는 지도자와 선수의 수평적 관계를 중시하는 스포츠리더십이 필요할 때다. 다시 말해 탈 권위의 자세로잠재력을 이끌어내는 '서번트리더십'을 발휘하여 성장가능성 있는 인재를 발굴하고 훌륭한 선수로 육성시키는데 있어서 선수 개개인의 종목과 특성에 맞는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훈련방법이 요구된다. 

아울러 꾸준한 자기계발과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지도자다운 전문성을 함양하고, 애정을 쏟으며 정성을 다해 훈련현장에서 만큼은 일류셰프와 같은 마음가짐의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

또한 체육과 관련된 행정기관의 구성원은 직무전문성을 갖추어 틀에 박힌 탁상행정과 전시행정에서 벗어나, 우리 제주도가 스포츠의 메카라는 슬로건에 부합될 수 있도록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엘리트스포츠의 발전을 위해 보다 더 세밀하게 살펴봐야 할 것이며, 모두가 함께 우수선수의 타 지역 유출 방지를 위하여 실효성 있는 방안모색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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