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덕순 제주대학교 행정학과 교수·논설위원

6월 13일은 민선 7기를 구성하는 도지사와 도의회 의원을 선출하는 선거날이다. 선거철마다 제주지역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 일부 공무원들의 선거 개입이다. 아마도 제주지역에서 공무원들이 차지하는 위상과 영향력이 매우 크기 때문일 것이다.

요즘 대학생들이 가장 선호하는 장래 직업은 공무원이다. 또한 평생을 함께 할 배우자 선택에 있어서도 공무원과 교사는 1순위를 차지하고 있다. 이렇듯 청년들이 공무원을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국민을 위한 봉사의 마음, 국가나 지역발전에 대한 기여의 발로, 직업의 안정성, 사회적 위상 등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조직학자인 마슬로우(Maslow)는 인간의 안전 욕구에 대해서 애기했다. 안전의 욕구는 육체적 안전과 심리적 안전에 대한 욕구이다. 이 욕구가 인간이 직업을 선택하는 기준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최근 40~50대에 정년퇴직하는 것을 의미하는 '사오정', 50~60대에 계속 회사를 다니면 도둑놈이라는 '오륙도'가 있다. 그 만큼 평균수명은 길어지는데 평생직장은 구하기 어렵다는 세태를 풍자한 것이다.

경쟁과 성과 지향적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젊은이들이 평생 동안 직장생활을 할 수 있는 공직을 선호하는 것은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왜 공무원들에 대해서는 신분의 안정성을 보장하고 있는 것일까. 이는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공무원들은 특정 정당이나 정치세력에 봉사해서는 안 되고 국민 전체에 대해서 봉사해야 한다. 따라서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과 신분 보장은 공무원이 정치에 개입하지 않음으로써 행정의 계속성·안정성을 유지하여 능률적인 행정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이런 목적 하에 공무원은 법령에 정한 바에 의하지 아니하고는 면직·휴직 등의 신분상의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다.

이런 신분 보장에도 불구하고 공직자의 행동강령을 망각한 일부 공무원들의 선거개입은 항상 문제가 되고 있다. 특히 인사철 마다 선거에 따른 논공행상의 잡음이 끊이지 않는 등 공무원의 선거개입은 지역사회의 중요 이슈가 돼 왔다. 공무원의 선거 개입은 공무원들의 승진 등과 같은 사욕과 후보자의 당선 욕심에서 비롯된다. 하지만 최근에는 내부고발자제도 운영, 인터넷을 활용한 고발, 엄격한 선거법 적용 등으로 인해 공무원들의 선거 개입은 쉽지 않는 상황에도 일부 공무원들의 선거 개입은 근절되지 않고 있다.

지난 4월 4일 제주도청 공무원들은 '공무원 선거중립 결의문'을 채택하고, 6월13일 치러지는 제주도지사, 제주도의원 선거 등 이번 지방선거와 관련해 중립과 함께 공명선거를 위해 노력할 것을 다짐하는 결의대회를 가졌다. 직무와 지위를 이용해 선거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는 행위, 특정 정당이나 후보자의 업적 홍보나 선거 운동, 인터넷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이용한 선거 운동 관여 등의 행위를 일체 하지 않기로 결의한 것이다. "정말 잘한 일이다". 그 동안 도민들은 매번 도지사 선거철마다 일부 공무원들이 줄서기 하는 모습을 보아왔다. 그리고 선거가 끝난 후에도 파벌이 형성돼 한쪽은 승진잔치를, 다른 쪽에서는 좌천인사를 당하게 되면서 악순환의 고리는 지속돼 왔다.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않고는 제주의 미래는 없다고 본다. 사실 유권자들이 공무원의 정치 중립에 대한 철저한 감시가 필요하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라고 본다. 왜냐하면 제주지역의 공무원들과 유권자들은 혈연, 학연, 지연 등으로 연결돼 있다. 이런 관계 등으로 인해 공무원들의 선거운동을 고발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그럼에도 제주특별자치도 시민으로서의 철저한 선거 감시자의 역할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무원 스스로의 의식이다. 이번  결의대회가 요식행위가 아니라 진정으로 선거로부터의 중립성을 지켜 진정한 제주도민의 공복으로 거듭 태어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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