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에게 농작물은 자식과 같다. 자식처럼 정성을 다해 애지중지 키우기 때문이다. 하지만 끊이지 않는 농작물 절도에 농심이 멍들고 있다. 1년간 땀방울을 흘리며 키운 농작물을 하루아침에 잃은 농민들로서는 여간 분노하고 허망한 일이 아닐 것이다.

제주지방경찰청에 따르면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3년간 도내에서 발생한 농작물 절도는 110건에 달한다. 2015년 32건에서 2016년 26건으로 줄었지만 지난해는 52건으로 급증했다.

올 들어서도 3월말 현재 15건이 발생했다. 최근 한 농가는 누군가 그물망을 쳐놓은 두릅밭에 들어가 두릅나무까지 훼손했다며 SNS에 피해 사실을 호소했다. 지난 2월에는 제주시 한경면 용수리에서 60만원 상당의 콜라비가 도난당하는가 하면 애월읍 봉성리에서도 240만원 상당의 감귤묘목을 훔친 절도범이 경찰에 붙잡히는 등 농작물 절도가 잇따르고 있다. 

절도 유형도 다양하다. 밭이나 과수원에서 재배 중인 농작물을 털어가는 '들걷이'나 저장창고에 보관 중인 농작물을 훔쳐가는 '곳간털이' 등 농작물이 있는 곳은 어디나 범죄의 표적이다.

그런데 농작물을 도난당해도 피해자 대부분이 노년층인데다 금액이 크지 않다는 이유로 신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설령 신고를 해도 인적이 드문 곳의 경작지나 CCTV가 없는 보관창고 등은 사실상 범인을 잡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애써 키운 농작물을 잃어도 속수무책이니 농민들로서는 억울하고 기가 막힐 일이다. 그러니 농작물을 도난당하지 않도록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겠다.

농민들은 농작물 보관창고에 잠금장치나 경보장치를 설치하는 등 자구책이 필요하다. 행정과 경찰 역시 절도위험이 높은 지역에 CCTV를 확대하고 순찰을 강화해야 한다. 또 방범시설이 된 공동건조장이나 공동저장고 등을 만들어 농민들이 도난 걱정 없이 안심하고 농사지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방안도 적극 고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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