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준 제주권역장애인구강진료센터장

2018년 4월 20일은 38번째 장애인의 날이다. 장애인들은 여전히 취약한 구강 건강으로 고통 받고 있다. 다른 장애 등으로 기본적인 잇솔질 등이 어려울 수도 있고, 전신 질환으로 인해 구강 건강에 대한 관심과 관리의 필요성이 뒷전으로 밀려 있기도 하다. 이러한 현실을 반영하듯 2016년에 보건복지부와 국립재활원에서 보고한 '장애와 건강통계'에 따른 장애인 구강검진 수검률은 19.1%로 낮게 나타나고 있다. 장애인 5명중 1명도 구강검진이 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모든 장애인에게 구강 관리는 어려울 수 있지만 특히 지적장애, 자폐성장애, 뇌병변장애, 간질장애, 정신적 장애의 경우 스스로 구강위생을 유지하기 쉽지 않고, 치료 시 환자의 이해와 협조 등에 문제가 있어 일반적인 치과 치료를 받기 어렵다. 특히 치과 진료 시 행동 조절이 까다롭기 때문에 전신마취와 같은 별도의 시설과 장비 및 의료진이 필요하지만 이를 갖춘 치과의원은 매우 드물다. 또 비장애인 대상 진료보다 3배의 인력 및 5배의 진료시간이 필요하다고 알려져 있고, 비용대비 수익이 적어 민간의료기관에서 수행하기에는 어려운 실정이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는 2009년부터 주요 거점지역에 총 9개의 권역장애인구강진료센터를 설치하고 있으며, 제주 센터(제주대병원)는 지난해 12월 개소했다.

센터 지원과 함께 장애 양상에 따라 비급여 진료비 감면을 지원하고 있으며, 치과 치료를 받기 어려운 장애인을 특별히 치과영역 중증 장애인으로 규정해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대상은 뇌병변장애(1~6급), 간질장애(2~4급), 정신장애(1~3급), 지체장애(1~3급), 지적장애(1~3급), 자폐성장애(1~3급)로 정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기준 도내 장애인 인구는 3만5104명으로 이 중 치과영역 중증 장애인은 8974명으로 파악되고 있다.

타 지역의 경우 차량을 통해 적절한 치료 시설을 이용할 수 있지만 도내 장애인들은 치과치료를 위해 타 지역을 방문한다는 것 자체가 현실적으로 어려워 치과 치료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도민의 불편함을 개선하기 위해 제주대학교병원은 권역 장애인구강진료센터로 선정된 후 13억의 국비와 지방비를 지원받아 병원 내 공간을 구조 변경하고, 중앙수술실에 전신마취시설을 확충하는 한편 전문 최신 의료기기를 구비키로 계획했다.

그러던 중 2016년도 병원 외래진료동의 신축이 계획됨에 따라, 더 넓고 쾌적한 공간에서 센터를 설치하기로 변경했다. 사용 공간이 2배 이상 확장됐으며, 구강보건 교육실과 잇솔질 체험실, 자체 회복실을 갖추게 됐다. 또 언어치료와 연하치료 등도 같은 공간에서 받을 수 있게 됐다. 전국 어느 센터와 비교하더라도 손색이 없는 좋은 진료 환경이 갖춰지게 된 것이다.

제주권역장애인구강진료센터 개소로 지리적으로 제한된 도내 장애인 환자들이 전신 마취가 필요한 치과 치료를 위해 타 지역을 방문할 필요가 없어졌다.

또 장애인들의 이동에 불편이 없도록 주차장과 바로 연결되는 계단 없는 1층 진료실 설치와 우수한 전문 의료진 상주, 대학병원에서 다양한 임상 진료과 협진이 가능하다는 점은 제주권역장애인구강진료센터의 장점이다.

이외에도 환자와 보호자 대상 구강보건 교육 프로그램 운영, 이동·방문 검진, 예방·홍보활동 등도 진행한다. 

그동안 지리적인 이유로 타 지역의 의료기관을 이용하거나 여건상 치료를 포기하는 등 장애인 구강 건강의 사각 지대였던 제주에서 권역장애인구강진료센터가 장애인의 건강을 위해 노력해나가겠다. 이번 장애인의 날은 도내 장애인들의 가장 큰 불편중 한가지가 해소되는 의미 있는 날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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