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출판한그루·시옷서점 협업 절판 시집 부활 '리본 시선'
지역·시대 노래 특수성…'다시 태어난' '귀한 선물' 중의성

어떤 나라, 어떤 지역의 시인들도 그렇겠지만 제주에서는 지역의 특수성을 살피지 않고 '글'을 읽기 힘들다.

그들의 시는 금방이라도 재가 될 것처럼 맹렬히 타오르다가도 일순 얼음처럼 냉정해진다. 몸 속 가장 깊숙한 곳에서 끌어올려진 단어들이 신과 인간의 경계가 없던 때부터 지나갔다 여겨지는 과거를 끌어낸다.

너무 아파 비명조차 지르지 못했던 아픔과 바람이 길을 내는 듯 한 자유로움이 원래 하나였던 것처럼 어우러진다. 아니 그랬다.

'토착'이란 이름에 묶인 것들이 그러했듯 뿌리는 단단하고 깊으나 곧고 길 뿐 꽃이나 열매란 이름으로 세상을 다 끌어 앉지 못한다.

도서출판 한그루와 시집전문서점 '시옷 서점'이 굳게 손을 잡은 데는 이런 이유가 있다. 

지역을 녹여낸 시들이 '출판'이란 통과의례를 거치며 사라져버리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이 의미 있는 조합을 만들어냈다. 시대를 읽을 수 있음에도 '절판'으로 접하지 못한 제주 시인의 시집에 오늘을 입히는 일을 협업한다. 'SNS 바람 타고 시집 좀 팔렸다'는 지난해 출판계 트렌드를 따라잡는 것 까지는 아니더라도 한 시대를 풍미했던 드라마 한 장면처럼 "시집(사랑)은 돌아 오는거야"를 외치는 마음만큼은 진심이다.

'리본(Re-Born)'은 다시 태어나거나 아니면 귀한 선물이란 중의적 의미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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