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창국 제주지방법원 부장판사

제주하면 푸른 바다 속의 화산암과 한라산, 목초와 말이 떠오른다. 그래서 사람들은 제주살이를 동경한다.

그러나 그런 겉모습과 달리 제주 사람들의 일상은 치열한 듯하다. 필자는 시끄러운 경적소리(爆音)에 깜짝깜짝 놀란다.

당연하지만 경적소리에는 운전자의 성격이 숨어 있다. 앞 운전자의 상황을 느긋하게 기다려주며 경적을 울리지 않는 사람이 있다.

반면에 자신은 항상 화가 나 있고 짜증을 자주 내는 사람이라는 것을 드러내기 위해서인지 수시로 자기 앞 운전자에게 '빵 빵 빵'하며 세 번 길게 경적을 울리는 운전자도 있다.

조급한 마음에 자꾸 습관적으로 경적을 울리겠지만 경적을 울린다고 해 상황이 호전되는 것은 아니다.

앞차가 내 직장 상사일 수도, 친척일 수도 있다. 경적 때문에 보복 운전으로 발전하여 일이 커지기도 한다.

시끄러운 경적소리는 제주와 너무나 어울리지 않는다. 

또 한 가지 필자가 제주에서 놀란 것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은 폭음 문화다.

육지라고 술을 마시지 않겠는가마는 필자의 체감으로는 제주도는 육지보다 심각하다.

아마도 힘든 바다 일을 하고, 때로는 일거리가 없어서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술 한 잔하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일상이 술 문화로 자리 잡은 것은 아닌지 조심스럽게 추론해 본다.

그러나 재판에 자주 등장하는 폭음 문화는 심각하다. 술을 기분 좋게 마시면 스트레스 해소는 된다.

그러나 불만을 가득 안고서 기분 나쁜 상태에서 술을 마실 때 술주정이 나온다.

이러한 폭음 문화는 제주를 전국 최고 이혼율 도시로 만드는 주요 원인 중 하나일 것이다. 왜 남편이나 부인이 술에 취해 집에 들어오면 그 날 다른 가족들은 공포와 불안에 떨어야 하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제주지방법원은 폭음으로 인한 가정폭력과 아동학대, 이혼율 증가, 부모의 폭음과 주사를 보며 자라면서 키운 분노를 비행으로 폭발하는 자녀를 보호하기 위해 여러 제도 개선을 준비하고 있다.

폭음의 주요 원인은 힘든 일상도 있지만, 가족에게 자신의 속 이야기를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 받은 스트레스가 주된 원인이다. 가족에 대한 스트레스를 술에 취해 술주정으로 푸는 것이다. 

그런데 배우자의 술주정이 싫어 빨리 이혼하려고 양육을 포기하고 알코올 중독 부모에게 자녀를 맡겨 자녀도 알코올 중독자로 자라게 하고, 때로는 자녀와도 영원히 이별하는 경우도 있는데 너무 안타깝다.

부모로부터 버림받은 아이가 정서적으로 건강하게 자라기는 어렵다. 부부가 서로 맞지 않아 매일 싸운다면 이혼을 할 수도 있다.

그러나 부부끼리만 이혼하면 되는 것이지 자녀와도 이혼하여 부모 역할을 전혀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누구의 행복을 위한 이혼일까.

자녀 문제는 부모로부터 비롯된다. 부모와 자녀가 함께 노력을 해야 한다. 

그래서 법원은 가족 간의 대화 방법을 개선하고 자녀를 위한 건강한 이혼을 도모하기 위해 도청 등 관계기관과 함께 상담을 확대하고, 부모의 폭음과 술주정이 자녀의 정서에 얼마나 나쁜 영향을 미치는지 등에 관한 안내 절차도 강화하고자 한다. 이러한 상담과 교육을 위해 부부가 법에 따라 비용을 납부하여야 할 수도 있다.

필자의 사무실에서는 한라산과 많은 오름들이 보인다. 그러나 업무가 많다는 핑계로 한라산도 오름도 오르지 못했지만 한라산을 보고 있으면 답답한 마음이 내려진다. 필자 역시 바쁜 일상으로 많은 스트레스를 받지만, 이 축복의 땅 제주에서 자연을 벗 삼아 건강한 에너지를 쌓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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