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생 교육체육부 부국장 대우

세계 최고봉 에베레스트 등정은 산악인들의 무한한 꿈의 무대다. 이런 에베레스트를 산악인이 아닌 하반신 마비 장애자가 최근 등정에 성공해 화제를 낳고 있다. 17세이던 2007년 오토바이 사고로 하반신 장애 판정을 받은 스콧 도런(28)이 그 주인공이다. 도런은 남은 인생을 하반신 마비로 인해 휠체어에 의지해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에 우울증에 걸리기도 했다. 그는 친구 맷 레이콕으로부터  함께 에베레스트를 등정하자는 제안을 받고 처음에는 말도 안 되는 일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마음을 고쳐먹고 이 제안을 받아드렸다. 도런은 레이콕과 함께 8개월간의 기나긴 훈련에 들어갔다. 레이콕이 양다리를 잡아주면 스콧이 양손만을 이용해 산을 올라가는 방식으로 맹훈련에 나섰다. 기나긴 시간 끝에 지난달 25일 마침내 해발 5500m 베이스캠프에 도착했다. 등반 도중 휠체어를 탈 수 있는 구간은 휠체어를 이용했고 그렇지 못한 구간은 오로지 양손에 의지해 등정했다. 도런은 열흘 간 양손만을 사용해 등정하면서 5개의 장갑이 너덜너덜해지고 등정 일주일 후에는 휠체어의 앞바퀴가 빠지는 경험도 했다. 그 순간 바위에 앉아 '포기하고 돌아갈까'를 생각했지만 '이보다 더 힘든 일들을 이겨낸 과거의 내 모습을 떠올리며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았다'고 회상했다. 

무사히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한 도런은 이번 도전이 '끝이 아닌 시작'이라는 말을 통해 오는 2020년 도쿄패럴림픽 호주대표로 참가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혔다. 도런은 "만약 당신이 무엇인가를 간절히 이루고자 한다면 먼저 익숙하고 안전하다고 여기는 테두리에서 벗어날 필요가 있다"며 "오직 한 발짝만 떼면 된다. 당신이 규정하는 한계는 당신의 상상이 만들어 낸 것"이라는 말을 남겼다. 

지난 주 세계 최고의 권위와 전통을 자랑하는 보스톤 마라톤에서 일본 공무원이 우승을 차지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일본 사이타마현의 고등학교에서 사무직으로 일하고 있는 가와우치 유키(31)는 지난 17일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제122회 보스톤 마라톤대회에서 2시간15분58초의 기록으로 케냐의 지오프리 키루이(2시간18분23초), 미국의 샤드락 비워트(2시간18분35초)를 따돌리고 1위로 당당히 결승테이프를 끊었다. 얼음같이 차가운 폭우와 함께 참가자 전원이 모두 긴팔 상의와 우의를 입고 레이스를 펼친 악천후 속에 기록이 저조했지만 가와우치 유키의 우승을 향한 집념은 그 무엇도 막을 수가 없었다. 이날 레이스에서 줄곧 선두에 뒤쳐져 있던 가와우치 유키는 결승점을 앞둔 2km지점부터 막판 스퍼트를 올리며 대역전 드라마를 썼다. 고교시절 육상을 시작한 가와우치 유키는 잦은 부상과 이렇다 할 성적을 내지 못해 대학에서 동아리 활동으로, 사이타마현청 입사 후에도 마라톤과 인연을 맺으며 꿈의 무대 최정상의 자리에 서는 기쁨을 누렸다. 

해마다 4월이면 4000여명의 달림이들이 제주의 봄 하늘을 수놓고 있다. 제주 4·3의 '화해와 상생'의 염원을 가슴에 품고 그날의 함성을 전하기 위해서다. 특히 올해는 제주 4·3 70주년이라 그 의미를 더하고 있다. 대회 참가자들도 여자 하프 일반부 통산 9회 우승에 빛나는 이를 비롯해 병마와 싸우다 마라톤을 통해 건강을 되찾은 이, 부부 마라토너, 가족 마라토너, 직장동료와 함께하는 동호인 등등 용기와 희망을 주기 위해 참가자들이 저마다의 의미를 담고 희망의 레이스를 준비 중이다. 여기에다 많은 자원봉사자들이 성공적인 대회 개최를 위해 서로의 손을 맞잡았다. 굳이 대회 입상을 목표로 하지 않아도 좋다. 제주 4·3의 완전한 해결을 위한 축제의 장에 참여하겠다는 소박한 마음만 있으면 족하다. 제주 4·3 70주년을 기념해 참여한 4000여명의 달림이와 자원봉사자 모두가 이날의 진정한 주인공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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