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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해녀공동체를 엿보다 23. 김녕어촌계 삶의 지혜오랜 세월 체화한 정서적 연대를 힘으로
고 미 기자
입력 2018-04-24 (화) 18:17:14 | 승인 2018-04-24 (화) 18:22:19 | 최종수정 2018-04-24 (화) 18:22:19

톳·우뭇가사리 바다 등 공동작업·공동분배의 미덕
김녕식 '게석' 통해 '주고 받음'의 연결 고리 구축

자체 건강 리스트 등 지역 현실 반연 체계적 관리

"바당에 머리 부디치멍 사는 나 자손들 도와주마…너네 바당 우리 바당 하지 말앙 서로 도왕 살아사한다" 오랜 인연에 해녀 삼촌들의 얼굴에 자식 이름까지 기억하는 심방의 사설에는 연륜이 묻어난다. 23일 동김녕어촌계 공동창고에서 열린 김녕 잠수굿은 전통적인 해녀 신앙의 계승과 더불어 '도와서 살라'는 삶의 지혜를 되새기는 자리였다.

자체 규약 통한 자원 운용

매년 5월 초 김녕리에서는 우뭇가사리 바다를 여는 '특별한' 의식이 열린다. 어촌계 자체 규약으로 전체 바다를 8개 구역으로 나눠 윤번제로 연다. 규약이 정한 것은 또 있다. 1차적으로 일반 계원들이 갯바위에서 하루 이틀 정도 작업을 한다. 물속에서 작업을 하는 것은 해녀들에게 맡겨진다. 이 때 육상작업을 도울 마중꾼을 동네별로 뽑는다. 선발 기준은 '동네'지만 필요에 따라 다른 동네 인력을 청할 때도 있다.

김녕 어촌계는 우뭇가사리로 벌어들이는 수익을 6억원 상당으로 추산하고 있다. 8년 기준이다. 바다마다 성격이 다르다 보니 어떤 구역은 1억 이상의 수익이 나기도 하고, 어떤 구역은 4000만원도 벌지 못할 때가 있다. 별다른 다툼 없이 20년 이상 이런 규칙이 지켜지는 배경에는 공동 작업과 공동 분배라는 공동체 문화가 있다.

한번 우뭇가사리 바다를 열면 20여일 정도 작업을 한다. 전체 수익 중 20%를 고령 해녀 등 나이가 많은 어촌계원과 여러 이유로 채취 작업에 참여하지 못한 일반 계원에 골고루 나눠준다. 나머지 80%는 경비를 제외하고 작업에 참여한 이들이 똑같이 나눠 갖는다.

우뭇가사리보다 톳 작업을 먼저 같이 했다. 줄잡아 30년도 더 전에는 동김녕과 서김녕으로 나눠 톳 바다를 관리했다. 동김녕에는 '가수', 서김녕에는 '목지'라는 톳이 잘 나는 바다가 있었다.

각각 4개 동네가 4개 구역으로 나눠 번갈아가며 작업을 했다. 지금처럼 전체가 나누는 형식은 아니었지만 가수와 목지를 맡은 동네는 자신들이 톳작업을 하는 해에 마을 포제를 책임졌다.

2000년 이후 어업권이며 행사계약자 기준 등이 정해질 때 까지 마을 가구당 최소 1명은 톳 작업에 참여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금은 톳 생산량이 크게 줄어든 데다 해녀 고령화 등으로 작업이 힘들어 지금은 자율적으로 채취하고 있다.

이런 과정들은 긍정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제주특별자치도 등의 자료를 보면 최근 수년간 바다 작업 중 목숨을 잃은 해녀는 연평균 8.8명이다. 이중 40%가 우뭇가사리(천초) 작업을 하는 4~6월에 집중된다. 작업의 특수성 등으로 체력 소모가 큰데다 작업이 가능한 시기가 정해진 탓에 자칫 무리를 하면 인명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김녕어촌계 만큼은 아직까지 예외다.

축적된 민속지식 동력으로

자체 규약도 영향을 미쳤지만 더 중요한 것은 해녀를 중심으로 축적된 공동체 문화에 있다. 포제나 해신제, 영등굿 외에 해녀를 중심으로 치러지는 잠수굿은 현재 도내 101개 어촌계중 31곳에만 남아있다. 음력 1월 5일부터 3월 8일까지 33개 잠수굿이 치러진다. 김녕어촌계는 동김녕과 서김녕에서 각각 무속신앙과 불교의식으로 진행한다. 이중 동김녕잠수굿은 비교적 규모가 큰데다 원형에 가까운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그 준비 과정 역시 공동체가 있어 가능하다. 총잠수회장을 중심으로 마을별 잠수회장이 모여 잠수굿을 준비한다. 공동어장 등에서 잠수굿을 위한 작업을 진행한다. 마을포제를 위한 준비도 비슷한 방식으로 이뤄진다.

계절에 한 번 꼴로 공동어장에서 작업한 것을 나누기도 한다. 상군해녀가 작업한 것을 아직 경험이 적거나 고령으로 제대로 물질을 하지 못하는 해녀들에게 나눠 준다. 김녕식 '게석'이다.

이렇게 받은 것은 어떤 방식으로든 갚는다. 맛있는 음식이 생기거나 아니면 밭 등에서 작업을 할 때 품앗이라도 한다. '줄 줄도 알고 받을 줄도 알아야 한다'는 불턱 공동체의 관습이 체화한 결과다.

지역 관리 사례 역시 모범적이다. 한경호 김녕어촌계장은 올해로 11년째 어촌계장직을 맡고 있다. 20대에 8년 정도 총무 일을 봤고, 동·서김녕 통합 전에 잠시 서김녕 어촌계장으로 일했다. 해녀공동체에 대한 이해가 전체 운영의 바탕이 됐다.

김녕어촌계에만 있는 '장부' 2개의 비밀이다. 하나는 해녀들이 작업 후 간단한 요기라도 할 수 있도록 하는 기금이고 다른 하나는 '골든타임'을 위한 건강 체크 리스트다. 이 리스트에는 해녀들이 먹고 있는 약이나 건강검진 등의 결과가 정리돼 있다. 만의 하나 사고가 났을 때 응급조치가 가능토록 자체적으로 파악한 자료다.

한 어촌계장은 "바다사고의 경우 즉각적인 조치를 하지 못하면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서 준비했다"며 "공동체라는 것은 작업을 하고 생활을 하며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인 만큼 지킬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법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고미 부국장 대우 문화부장, 한권 사회부장 차장 대우

고 미 기자  popme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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