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성 제주특별자치도 행정동우회장·전 행정부지사

손타쿠는 일본말이다. 일본말로 표기하면 'そんたく'이다. 어학사전을 찾아보니 촌탁(忖度)이라 해 '다른 사람의 마음을 미루어 헤아린다는 뜻이다. 말 그대로 해석한다면 다른 사람의 마음을 헤아린다는 말은 좋은 말이다. 하지만 이 좋은 말속에 정계와 관료사회에 부패의 음흉한 공작이 숨어 있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번 일본 아베총리 사건으로 일본 열도를 달구면서 손타쿠의 속내가 여지없이 들어났다. 이 사건의 발단은 모리토모에서 운영하는 츠카모토 유치원 국유지 불법 불하에서 시작했다. 극우 사학재단인 모리토모에 국유지 2650평을 실제 감정가 9억5600만엔을 1억3400만엔에 헐 값 매각했다는 것이다. 더 가관인 것은 국유지 매입자금을 학교법인 모리토모 학원에 전액 국비로 지능적으로 교묘하게 지원한 것이다. 이는 우경화의 대표적인 학원과 아베 정권이 장기우경화 집권 전략과 유착된 것이다.  

그야말로 제왕적 총리 밑에 실세부총리 겸 재무장관인 아소다라나, 이나타 도모미 방위상등 총리측근들이 간여됐다. 일을 저질러 놓고 사단이 나자 재무성에서 문서를 조작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일본 언론의 시각이다 . 조작이 들통나기시작하자 재무성 국유 재산 관리부서 직원 자살소동이 일어났다. 자살한 직원이 남긴 메모에서 재무성의 지시로 문서를 조작했다는 내용이다. 헐값 매각자체가 부패의 원천이 였지만 더 나쁜 것은  일이 터진 후 문서조작 등 모든 과정이 정계나 관료들의 '손타쿠'가 작용한 것이다. 

손타쿠는 끝이 없다. 부정부패를 저지른 일도 손타쿠요 부정한 짓을 은폐하는 것도 손타쿠다. 이번 일이 터지자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의 전 총리는 최근 BS후지 방송에 출연해 "지난해 사학 스캔들이 처음 터졌을 때 아베 총리가 "아내가 이일에 관여했다"고 밝혀지면 총리직을 사퇴하겠다"고 말한 게 모든 사태의 시작이 됐다. 이 사건이 터지자  아베총리가 선수를 친 것이다. 

지지도가 높은 총리가 "나는 무관하다"는 발표가 아랫것 들이 알아서 '무관하게 만들란 소리'란 것이다. 

부패의 원인이 되는 손타쿠는 권력자의 본능인가. 인간의 본능인가. 아니면 제왕적 사회제도의 문제인가.

손타쿠의 속성은 어느 사회에나 존재한다. 상사의  마음을 잘 헤아려 거슬리지 않게 하는 것이 출세의 비결이기 때문이다. 권력자는 그런 속성을 이용해 권력이 원하는 대로 움직이게 하는 것이 부정부패 연결되는 것이다. 제왕적 권력은 어느 나라든 어떤 사람이든 끝이 없다. 손타쿠의 문화에서는 아니 되옵니다 하고 브레이크를 걸었다가는 다음 인사 때 좌천되거나 정치가들은 공천에서 배제되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의 '오야봉과 꼬봉(두목과 부하)' 사회에서는 더 심하다. 그렇기 때문에 이른바 알아서 기는 풍토 이른 바 손타쿠 관행이 나올 수밖에 없다. 아직까지는 아베는 살아있는 권력이라 '난 사학스캔들과 무관'하다고 손으로 하늘을 가리는 변명이 먹히고 있지만 일파만파로 아베 퇴진을 요구하는 집회가 잇따르고 있다. 

정권이 바뀌고 새로 탄생한  권력이 죽은 권력의 소행을 샅샅이 파헤쳐 지면 부정 부패를 국민이 알게 되는 것이다. 제왕적 정치권력을 거머쥔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어느 나라, 어느 사람을 막론하고 왜 한결같을까. 제왕적 사회에서 정계나 관료사회는 악어와 악어새의 공생관계라 여기에 기생하는 지지자들도 까지 한 몫 챙기려 하다 보니 사회전체가 적패가 누적된 것이다. 

부처님의 말씀하신 탐 진 치를 내려놓지 못하면 대통령이 아무리 공정하고 정의롭게 국정을 펼치려 해도 부정부패는 근절 되기가 쉽지 않다. 손타쿠에 익숙한 아랫것들이 도둑놈들만 있으니 나라꼴이 이 모양인 것을 두 눈으로 똑똑히 봐왔다. 

역대 대통령을 보라 박근혜, 이명박 뿐만 아니더라도 노무현은 자살했고 그 외 대통령들도 자신이 부패에 연루됐든 가족이 연루됐든 어느 대통령 한 사람 성한 사람이 있는 가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다. 이제 국민이 깨어나야 한다.  대통령을 잘 뽑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다가오는 6. 13 지방 선거에서도 손타쿠에 손짓하지 않을 도지사 손타쿠를 근절시킬 도의원들을 잘 뽑아야 한다. 국민 각자가 감시자의 역할을 제대로 할 것을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