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체장애인 A씨가 공영주차장 잔디블럭에 휠체어 앞바퀴가 빠져 오도가도 못하고 있다. 고경호 기자

잔디블록에 휠체어 바퀴 빠져 옴짝달싹 못해
중앙차로제 구간 인도 경사 가팔라 충돌 우려

"잔디블록 빈틈에 휠체어 바퀴가 빠지면 오도 가도 못합니다. 힘껏 바퀴를 밀면 앞으로 고꾸라지기 일쑤여서 정말 위험합니다"

주차장 잔디블록에 휠체어 바퀴가 빠져 옴짝달싹 못하는데다 중앙차로제 조성으로 경사가 가팔라진 인도에는 사고 위험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제주지역 장애인들의 이동권이 여전히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25일 제주시 도남동 도시계획지구에 조성된 공영주차장을 확인한 결과 지체장애인 A씨가 아무리 밀어도 움직이지 않는 휠체어에 앉아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주차장 바닥에 깔린 잔디블록의 빈틈에 휠체어 바퀴가 빠져 수십분째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면서 결국 A씨는 이동을 포기해야 했다.

제주시에 따르면 주차장 노면에 잔디블록을 설치할 경우 잔디가 자라는 빈 공간에는 노면 높이만큼 흙을 채워야 한다.

그러나 이날 A씨가 이용한 공영주차장의 잔디블록 빈 공간에는 1~2㎝가량 흙이 덜 쌓여 휠체어 앞바퀴가 쉽게 빠지는 등 장애인의 이동 자체를 가로막았다.

주변의 공영주차장 세 곳 모두 사정은 마찬가지로 장애인을 위한 전용 주차면은 휠체어 장애인들에게는 무용지물이었다.

A씨는 "40대 남성인 나도 잔디블록 빈틈에 바퀴가 빠지면 움직이기 힘들다. 여성장애인이나 어린이, 노약자들은 아예 이동할 수 없다"며 "장애인 주차면만 확보할 게 아니라 실제 장애인들이 불편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보다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좁아진 인도에 경계석이 이중으로 설치돼 경사가 가팔라지면서 휠체어장애인들이 사고 위험에 노출되 있다. 고경호 기자

중앙차로제가 시행중인 제주시 중앙로 일부 구간의 인도는 휠체어 장애인들에게 공포 그 자체다.

중앙차로제를 위해 차도 폭을 넓히면서 인도가 좁아진데다, 차도와 인도를 구분하는 경계석 위에 또 경계석을 쌓는 '인도 위 인도'의 기형적 구조로 조성되면서 기존보다 경사가 가팔라졌기 때문이다.

특히 인도와 차도가 교차하는 지점 역시 경사가 완만하지 못해 휠체어의 이동 속도를 줄이지 못할 경우 운행 중인 차량은 물론 보행자와도 충돌할 우려가 높았다.

도 관계자는 "차도와 인도의 빗물 흐름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경계석을 한 층 더 올렸다"며 "휠체어 장애인들의 통행에 불편이 없도록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고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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