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대표적 장기 미제사건인 20대 어린이집 보육교사 살인사건에 대해 경찰이 9년만에 재수사에 돌입했다. 제주지방경찰청은 엊그제 지방청에서 사건 당시 논란이 됐던 피해여성의 사망시점과 관련한 동물실험 결과를 공개했다. 지난 1월부터 4차례에 걸쳐 실시된 실험 결과 사망 추정시간은 실종일로부터 2일 이내로 특정되면서 사건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어린이집 보육교사 이모씨(당시 27)는 2009년 2월1일 제주시 용담동에서 실종됐다가 8일 만인 2월8일 애월읍 고내봉 인근 도로 배수로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수사는 쉽지 않았다. 용의자는 있었지만 뚜렷한 물증이 없는데다 시신과 가방은 비에 젖어 증거 확보가 어려웠다. 무엇보다 수사의 가장 기초단서인 사망시간마저 경찰과 부검의가 이견을 보이면서 수사에 혼선을 빚었다. 사망시점에 따라 용의자도 압축되고 증거수집 방향도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 사망시간이 새롭게 특정되면서 수사에도 탄력이 기대되고 있다.

사건 발생 9년이 지났지만 사건이 묻혀지지 않고 재수사가 이뤄지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도내에서 장기간 해결하지 못한 살인사건은 비단 이 뿐만이 아니다. 제주지방경찰청은 2015년 살인죄 공소시효를 폐지한 '태완이법' 시행 이후 장기 미제사건 전담수사팀을 꾸렸다. 현재 전담팀이 맡은 사건은 어린이집 보육교사 살인사건을 비롯해 2006년 9월 제주시 건입동 소주방 50대 여주인 살인사건, 2007년 9월 서귀포시 동홍동 40대 주부 살인사건 등 3건이다. 

장기 미제사건들은 사건 발생후 시간이 오래 지나면서 추가 증거 확보 등 수사에 어려움이 큰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사건의 해결은 피해자의 억울한 죽음과 유가족들의 한을 풀어주는 것만이 아니다. 죄를 지었으면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는다는 사회정의의 실현이다. 경찰은 얼마가 걸리든 범인을 반드시 잡는다는 신념으로 장기 미제사건 해결에 나서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