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병찬 서예가 시인·논설위원

2011년 1월 제민일보에 실린 기사 중에 우리 제주도민에게 각성을 준 기사가 있었다. 유네스코에서 제주어가 소멸위기의 아주 심각한 언어로 등록됐다는 기사였다. 이는 유네스코에서 제주어의 가치를 인정하여 특집으로 엮은 기사였음에 우리를 놀라게 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제주도민들은 제주어가 한국어의 지방 사투리라고 생각하여 표준어쓰기에 열을 올리고 있을 때였다. 백과사전에 의하면 “제줏말은 추자군도를 제외한 제주특별자치도 전역에서 쓰이는 대한민국의 지역 언어이다. 본래는 한국어의 한 방언으로 간주되었으나 한국어와는 상호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을 정도의 차이를 보이기 때문에 최근에는 한국어와 함께 한국어족에 속하는 별개의 언어로 간주하는 학설이 제기되고 있다.”고 했다.

이에 제주특별자치도에서는 제주어의 보전과 육성을 통해 제주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계승하고 이를 전승 발전시키고자 “제주어 보전 및 육성조례”를 마련하는가 하면 제주어 위상 제고 및 제주어 발전 기본 계획을 만들었다.

지역 언론에서는 제주어 방송과 제주어 신문이 연재되고 있고, 각급 학교에서는 제주어연구회가 조직되어 ‘제주어로 편지쓰기’ ‘제주어 글짓기’ 프로그램을 통해 제주어를 보급하고 있으며, 제주어보전회에서는 제주어 선생 육성과정을 통한 제주어 보급과 함께 “을락대회” 등 제주어 살리기 행사를 자주 열면서 제주어 보전에 힘쓰고 있는가 하면 제주특별자치도한글서예사랑모임에서는 해마다 제주말씨학생서예대전을 열어 제주어의 바른 표기법을 익히도록 하는데 노력하고 있다.

2017년 세종대왕기념사업회에서는 훈민정음 창제당시의 문자 중에 지금 사용되지 않는 하늘아(⦁)-속칭 아래아- 음가의 귀중성을 조명하기 위한 세미나에서, 572년전 훈민정음이 창제된 이래 하늘아(⦁)를 포함한 당시의 말을 지금도 일상생활의 언어로 쓰이고 있는 곳은 제주특별자치도 뿐이라는 점에서 제주어의 현실성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1418년은 세종대왕이 세자로 책봉된 6월과, 왕위에 즉위한 8월이 겸하여 시행됐던 해이며 올해로 그 60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다. 이 뜻 깊은 해를 맞이한 세종대왕기념사업회에서는 훈민정음에 있는 하늘아(⦁)의 중요성을 되짚어보기 위해서 제주도한글서예묵연회에 제주어 서예전을 개최해 줄 것을 요청해왔다.

제주도한글서예묵연회에서는 세종대왕기념사업회에서의 전시요청을 받아들여 2018년 전시를 “세종성왕 즉위 600주년 기념전”으로 하는 6월 15일 서울전과 11월 7일 제주전시로 진행하여 과학적 접근 방식으로의 제주어 표현과 하늘을 상징하는 음가인 하늘아(⦁)의 가치를 재조명하여, 제주어의 가치 확산과 표현의 다양성, 보급 발전에 이바지하고자 “세종성왕과 제주어의 만남전”이라는 타이틀로 서예전시회를 개최하고, “제주어를 통한 하늘아(⦁)의 재조명”이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서울에서 개최하고자 기획하게 되었다.

이번 제주어 서예전으로 중앙서단에서의 제주어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제주문화에 관계된 학문적인 면과 구조적인 제주어 조명에 대한 이해가 용이해지고 아울러 제주어로 표현한 서예술의 작품세계를 전국에 알리게 됨과 동시에 서예술의 독창성과 참신성에 대한 예술성을 소통하게 하는 예술세계를 선보일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제줏말은 제주인의 얼굴이고 정신이다. 언제 어디서 들어도 정겹고 반갑다 제주학생문화원에서 공모한 제7회 제주학생문화원 좋은 글 공모에서 당선된 김상수 학생 글을 잠시 음미해 보면 “날 몰라줨덴 설루왕 말라 해녀가 숨 으멍 바릇 물듯이  모심으로  고냥파당 보민 싀상이 저 이녁 일 거여!” 이 얼마나 정겨운 말이며 제주다운 맛이 물씬 풍기는 말이겠는가?

제주어에는 개척의 정신이 있다. 제주어에는 인내의 정신도 있다. 제주어에는 절약의 정신도 있다. 제주어에는 수눎의 정신도 있다. 제주어에는 고통도 이겨내는 강인한 정신력이 있다. 그러기에 오늘도 제주인들에겐 삼무의 정신으로 이웃과 함께하며 척박한 땅을 일구어온무한도전의 정신을 되돌아보게 하는 아침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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