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원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장

제주공항에서 사진 찍기 좋은 곳을 묻는 분들이 종종 있다. 그럴 때면 주저 없이 '방금 도착한 여행객들을 따르시라' 우스갯소리를 하곤 한다.

아닌 게 아니라 도착장을 나서다 보면 삼삼오오 '셀카' 삼매경에 여념이 없는 무리를 자주 볼 수 있다. 이는 다름 아닌 돌하르방과 야자수가 여행객의 첫 시선을 붙잡는 광경이다. 소위 '인생샷'을 건질 확률이 높은 곳이라 귀띔하고 싶다.

공항 사람들은 여행객들에 대해 궁금한 게 참 많다. 한번은 '공항이란 도대체 어떤 모습으로 기억될까'하는 설문을 받아본 적이 있다. 가장 많이 응답한 단어는 바로 '여행'이었다. 뒤를 이어 '비행기'와 '설렘'이란 이미지를 많이 연상했다.

공항은 비행기를 타고 떠나는 설레는 여행이니 언뜻 새로울 게 없어 보인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눈에 띄는 점이 있다. '설렘'은 이미지 외에도 '떠남' '자유' '만남' '시작' '인연' 등 유독 감성적 언어가 많았다는 부분이다. 왜 그럴까. 혹시 사람들 마음속에 공항은 '아주 특별한 공간'으로 오랫동안 남아있는 그런 곳은 아닐까. 공항은 무엇일까.

어찌 보면 공항은 출발과 도착이라는 단순한 이동의 공간이다. 하지만 그 너머를 보면 사람들의 떠남과 이별, 기다림과 만남이 긴 시간 속에서 퇴적되는 곳이다. 이야기가 시작되고 멈춰 서서 우리의 삶과 기억 속에 생생히 스며들기도 한다.

공항은 감정의 용광로다. 그런 까닭에 공항은 시작과 끝에 관한 모든 어감을 포괄하고 모든 언어의 영역에서 아낌없이 보편적 사용을 허용해 왔다.

제주국제공항, 바다 위에 세워진 하늘의 항. 95%라는 항공교통 분담률이 말해주듯 모든 이가 거쳐 가는 곳이다.

이곳에 오면 사람들의 감정은 더욱 복잡해진다. 온 종일 설렘이란 감정을 품은 여행객들이 오간다. 또 그 인파들 사이로 육지 대학을 간다. 이와 함께 군대에 가고, 취직하고, 휴가를 받아 찾아온 자식과 친구와 연인들이 까치발로 만나고 이별하는 곳이다. 요컨대 남다른 서정이 흐르는 '더욱 특별한 공간'으로 인식되는 지점들이 많다. 다시 한 번 묻고 싶다. 공항은 과연 무엇일까.

현재 공항을 바라보는 시선과 해석은 다양하다. 신속한 통과를 위해 설계된 이유로 비장소(Non-place)의 전형이라 하기도 한다. 

한편으로 인문학적인 독특한 공간으로 읽어내기도 한다. 고객의 니즈 역시 매우 다층적으로 단순히 효율성으로만 재단하기 어렵다. 결국 공항은 이런 시선과 니즈가 모여 콘텐츠를 만들고 담아내는 플랫폼 아니겠는가. 좁게 보면 예술 공연과 작품 전시, 이벤트로 즐거운 경험을 선사하는 컬처포트에서, 나아가 항공과 문화, 레저와 쇼핑이 융합된 공간으로도 확장할 수 있겠다. 지역 경제와 직접 맞닿는 부분이기도 하다.

여객들이 가장 즐겨하는 문화의 핵심 키워드는 '지역적 요소'라고 한다. 제주 여행길에 첫 눈에 만난 돌하르방과 야자수를 배경으로 담는 사진의 즐거움을 놓칠 수 없는 이유다. 혹여 공항에서 제주도립예술단원의 '해녀의 춤사위'를, 꿈 많은 제주 청년들이 벌이는 '청춘마이크' 등 공연과 전시를 마주치거든 잠시 멈춰서 관람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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