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인주 제주에코푸드 대표·논설위원

지난해 기준 제주의 베이비부머 세대(1955~1963년생)는 8만7800여명이다. 도 전체인구의 12%에 달하는 거대 집단이다.

우리 집 역시 베이비부머 세대다. 남편은 그 유명한 '58년 개띠'이고, 필자는 수적으로 더 많은 소띠다.

유엔이 정한 기준에 따르면 노인은 65세 이상의 고령집단을 말한다. 고령집단의 비율에 따라 고령화사회(7% 이상)→고령사회(14% 이상)→초고령사회(20% 이상)로 나눈다.

행자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대한민국 인구의 14.2%가 65세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선진국처럼 고령사회로 진입한 것이다. 제주 역시 한국 평균치와 동일한 비율로 고령사회에 편입됐다.     

통계적으로 환갑인 남편이 65세가 되는 2023년 제주는 고령사회를 넘어 초고령사회의 문턱에 서게 된다. 

필자가 노인이 되는 2026년엔 온전한 초고령사회로 진입한다. 고령사회에서 초고령사회로 도달하기까지 영국은 50년, 독일 37년, 일본 12년이나 걸렸다. 그런데 우리는 곧 8년 후의 일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1위인 셈이다.

그러면 베이비부머 2세대인 내 자식은 어떨까. 내 아들이 환갑이 되는 2050년이면 인구의 거의 절반이 노인이 차지하는 초특급고령사회가 될 것이다. 환갑이 넘은 아들은 구순 백순의 우리를 부양해야 한다. 부모의 입장에서 장수는 축복이다. 하지만 고령화된 자식 입장에서 그것은 재앙일 것이다. 

초고령사회에 풀어야할 시급한 과제가 눈앞에 쌓여 있다. 그럼에도 대책이 미흡하다. 하지만 문제 속에 해법이 존재한다. 제주도 고령화 문제는 제주도 주민들이 안고 있다. 그러면 주민들 속에서 그 해법을 찾을 수밖에 없다.       

전통적으로 제주는 건강 장수사회다. 지난해 기준 65세 이상 어르신 중 85세 이상 장수인은 10.3%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100세인도 240여명에 이른다. 그 중 90%가 여성이다. 제주의 건강장수의 현상은 제주 여성들이 살아온 방식의 결과물이다. 제주여성들은 무엇을 어떻게 누구와 함께 먹었는가. 언제 어디서 무슨 노동을 하면서 살아왔는가. 무슨 신앙을 믿고 정신생활을 해왔는가. 그리고 어떻게 여가를 누렸고 잠은 얼마나 달게 잤는가 등 환경의 요인들이다. 환언하면 살아온 총체적인 삶의 방식 즉, 문화의 구성요인들이다. 

그런데 초고령사회가 되면 노인복지에 투입되는 비용문제가 심각해진다. 그리고 비용 부담을 두고 세대 간 갈등도 유발된다. 제주는 이러한 갈등의 악순환의 고리를 끓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육지에서 고령화 문제는 농촌인구의 급감으로 인한 지역의 소멸이다. 반면 제주는 농촌인구의 과소화 문제가 아니다. 오히려 유입인구로 인구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육지와 달리 인구 고령화에 따른 사회의 활력 저하가 걱정거리다.

제주여성은 살아서 움직일 수 있는 그 순간까지 일손을 놓지 않는다. 손을 놓으면 죽은 목숨이라고 한다. 오일장에 방석만한 좌판을 벌인 할머니, 오사카 코리아타운의 옥돔생선 장사 제주 할머니, 80대 후반의 나이에 김매고 용돈 벌이하러 나가는 시어머니. 공통분모는 자식에게 절대 신세 지지 않으려는 강한 정신력이다. 시어머니가 "질로 지만씩 사는 거주게(각자 자기일은 자기가 알아서 살아가는 거다)"라고 종종 말한다. 고령사회에 대응할 문화의 비밀이 녹아 있는 대목이 아닐까. 이렇듯 늙어가는 제주사회를 구할 구세주는 장수문화 가운데 서있다. 제주 여성의 장수요인을 살피고 그 문화를 계승하는 것은 우리의 몫이다. 먼저 제주연구원의 '고령사회연구센터'의 연구기능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현재 전담연구원 1인 체제 하에서 고령사회 대응방안을 찾아 나가기에는 무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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