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출신 10년차 제주댁 옥나리씨 4·3 70주년 통해 ‘킬링필드’연상
9살·4살 아들 위해 용기 “아름답지 않아도 행복하게 사는 법 가르칠 것”

“우리 아이들에게 ‘평화’만큼은 제대로 가르쳐 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것이 가장 중요한 것입니다”

제주댁이 된지 올해로 10년차인 옥나리(32)씨의 ‘4월 이야기’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졌다. 옥씨는 캄보디아 출신이다. 결혼을 하며 제주에 왔다. 4·3 70주년을 맞아 다양한 행사가 열리며 제주의 아픈 상처를 알았다고 했다.

옥씨는 “사실 처음 시집와서는 모든 게 낯설어서 제주를 알 기회가 없었다. 아이를 낳고 키우다 보니 알아볼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큰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고 안내문 등을 통해 ‘제주 4·3’이란 글자를 보고 이것저것 알아 봤다. 캄보디아 역시 지난 1975년 4월 미군의 베트남 철수 이후부터 1979년 1월 베트남군의 프놈펜 함락 때까지 4년간 국가폭력에 의한 대량학살이란 아픔을 겪었다.

옥씨는 “‘킬링필드’란 말을 들으며 자랐다”며 “캄보디아에도 4·3처럼 비극을 기억하는 날이 있다”고 설명했다. 제주에도 비슷한 아픔이 있다는 것을 알고 더 애착이 갔다. 무엇보다 해야 할 일이 하나 더 생겼다는 점에 어깨에 힘이 들어간다. 이번 평화의 섬 제주국제마라톤대회에 9살 큰 아들과 4살 작은 아들의 손을 잡고 ‘일부러’ 참여했다. ‘4·3을 현장에서 배울 수 있다’는 말을 들은 뒤 용기를 냈다.

“아름답지는 않지만 ‘4·3’이라는 아빠의 기억과 ‘킬링필드’라는 엄마의 기억을 아이들에게 곡 전해줄 생각”이라는 옥씨의 눈이 빛났다. 그리고 “제대로 기억하면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는다잖아요. 우리 아이들이 평화만큼은 꼭 기억하고 지킬 수 있기를 바란다”는 희망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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