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석 한국박물관협회 기획지원실장·문화학 박사

제주특별자치도민속자연사박물관이 우리 공립박물관 최초로 누적 관람객 3300만명을 돌파했다. 1984년 우리나라 박물관 최초의 법인 '박물관법'제정과 맞물려 문을 연지 34년 만의 쾌거다.

박물관의 기능은 지역의 기억을 담아 그 기억을 계승함에 있다.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은 평화와 유네스코(UNESCO)가 지정한 생물권보전지역, 세계자연유산, 세계지질공원인 제주와 이 곳을 일군 선인들의 개척정신을 기억하는데 가장 적합한 콘텐츠의 보고이다. 제주를 찾는 이들에게 지속적인 사랑을 받아온 원천이 여기에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원천의 기저에는 4만여 점의 소장품을 중심으로 한 박물관 내부의 헌신이 있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이들은 넉넉지 못한 인력과 예산으로 박물관 내부 활동은 물론 제주의 자연과 민속의 흔적을 끊임없이 찾아내고 연구·보존하는 데에 앞장서왔다.

다양한 체험과 교육으로는 박물관의 새로운 가치를 발현하고자했다. 200여 차례의 특별전(이동전시 포함), 40회에 가까운 조사와 연구보고서 발간, 30여 가지 체험·사회교육프로그램 운영, 14차례의 국내외 박물관과의 학술·전시교류가 그것으로 수도권 박물관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입체적인 활동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지역주민에 의한 민속, 자연사, 생활사 관련 자료 기증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수눌음관에서 진행되고 있는 '강정마을 윤경노씨 집안의 옛생활을 보다'전 역시 기증자료 덕분이다. 

반면, 이 같은 비약적인 활동에도 박물관의 시설과 운영여건은 정체되어 왔다. 

지난해 처음으로 전문가 관장이 부임한 것은 그나마 고무적이다. 이러한 진작된 분위기는 지금이라도 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이 새 도약의 타이밍이 됐음을 말해준다. 당국은 이를 귀담아, 박물관의 시설과 설비 선진화, 운영여건 개선에 바로 나서야한다. '3300만명', 제주의 첫 관문이 어디임을 분명히 말해주고 있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