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식 21세기한국연구소 소장·정치평론가·논설위원

올해 4월의 역사를 우리는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잔인한 달, 혁명의 달, 피스 아메리카나 중심의 역사에서 생존을 위한 달,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달 가운데 어떤 게 정답일까. 그 가운데 제1은 평화체제 구축의 달이다. 최고의 현실은 최선의 상징과도 통한다.

이 날 한라의 장한 기상 오연준 군의 '바람이 불어오는 곳'과 '고향의 봄'은 만찬석상에 큰 감동을 남겼다. 피곤에 젖어 있던 김정은 위원장을 웃음짓게 만들었다. 문재인 대통령, 김정숙 여사가 김정은 위원장, 이설주 여사, 김여정 부부장을 껴안았다. 

특히 김정숙 여사와 이설주 여사는 남자들이 득실대던 전쟁의 와중에서 '평화'와 '새로운 우의'의 길을 열었다. 남·북한 화해의 다음 장에서는 여성들의 활동무대가 크게 주목받을 것이다.
4월 27일 오전 9시30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은 만나자 마자 남·북한을 다 다녀오는 상징을 제기했다. 이것을 필자는 두 정상의 '상징효과'로 이해한다. 필자가 볼 때 그날 두 정상은 현실과 상징을 너무나도 자연스럽게 겹치게 만들었다.

우선 김정은 위원장은 평양냉면 최고급 세프라고 소개한 인물을 통해 평양 옥류관 냉면이 판문각에까지 오게된 과정을 소개했다. 먼 곳에 오긴 했다. 하지만 차마 먼 곳이라고 표현할 수는 없는 그 세프도 평양에서 왔다. 

그날 남쪽에서는 김대중, 노무현, 윤이상 선생의 고향에서 요리를 준비했다.

양 정상이 '상징효과' 즉 소나무 하나에 두 산의 흙, 두 종류의 물을 부었다. 소나무는 튼튼한 흙과 충분한 수분을 제공받았다. 그것을 백두산, 한라산의 흙과 한강과 대동강 물로 생명의 땅에 뿌리내림을 증명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고 말한바 있다. 문 대통령의 이 말은 '4·27 선언' 이후 남북정상회담이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 짐작하게 만든다. 

하지만 '판문점 선언'에 들어있는 글은 충분하지 않았다고 판단한다. '종전선언'이라는 표현도 쓰지 않았다. 이와 같은 입장은 데모를 하다가 사법시험 2차시험을 치르고 합격을 기다리던 문재인 대통령 젊은 시절의 고난을 의미한다.

김정은 위원장은 오랫동안 잘 숨겨진 존재였다. 이제 와서 보면 똑똑하고, 세계체제에 발을 맞추려는 시도를 하고 있었던 존재였다. 그렇기 때문에 11년 동안 대화를 원하면서도 하지 못했던 아쉬움을 적지 않게 표현했다.

이런 시도의 첫출발은 어디였을까. 스위스에서의 유학생활에서 길러진 정보와 덕성이었다. 넓은 유럽에서 스위스가 살아남는 비법을 알고 있었던 것이다.

남·북한의 지도자들은 한반도에 살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의 보증을 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4·27 남·북대화 시점에서 평화의 메시지는 그만큼 간절했다.

하지만 평화체제에 대한 합의는 미국과 북한 사이의 대화를 통에서 확보할 수 밖에 없다. 내부의 단결을 통해서도 확보할 수 없었던 '한반도의 평화체제'는 미국과 중국의 힘이 가미되어야 가능하게 된 것이다.

대신에 우리는 올 가을일정에 대해서 준비할 것을 제대로 준비해 나가자고 제안한다. 이것은 대단히 중요한 국정의 1순위에 해당한다. 그렇다면 의회에서 남·북협력에 대해서 승인도 받아야 한다. 남·북한이 서로 교환할 것은 교환하고 '비대칭적으로 조정'할 문제들은 당연히 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한달, 그리고 이후 가을의 만남을 기다리게 된다. 그 때 우리는 국제적으로 보장된 '평화체제'가 한반도에 서서히 자리잡음을 느낄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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