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석 이사 논설위원·서귀포지사장

#수입오렌지 만감류시장 잠식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에 따른 고품질 만감류 등 제주산 시설감귤의 피해가 본격화됐다. 우리 정부가 미국산 신선 오렌지에 부과했던 계절관세 50%가 올해 3월15일부터 완전 철폐되면서 한라봉·천혜향 등 제주산 고품질 만감류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지난 2007년 4월2일 타결, 양국 의회의 비준을 거쳐 2012년 3월15일 발효된 한·미 FTA는 매년 3~8월 미국산 오렌지에 부과했던 계절관세 50%를 2013년 30%로 줄인후 7년간 단계적으로 축소, 완전 철폐키로 했다. 

이처럼 미국산 오렌지의 계절관세 적용시한(7년)이 올해 3월14일 종료되면서 제주감귤산업은 생존이 불투명하다. 우선적으로 미국산 오렌지의 3~8월 무관세 수입 시기에 본격 출하되는 한라봉과 천혜향 등 고품질 만감류에 피해가 집중되고 있다. 계절관세 전면 철폐 첫 날인 3월15일 서울 가락동시장만 해도 미국산 오렌지의 판매가격이 관세 철폐로 20% 하락하자 한라봉 20%, 천혜향 12% 등 제주산 만감류 가격도 떨어졌다. 

설상가상으로 만감류의 재고량이 가락시장에 쌓이는 가운데 관세 철폐로 미국산 오렌지의 수입량이 더 늘어나면서 도내 재배농가들의 생존 불안감은 극에 달한다. 은행 융자 등 많은 빚을 내어 하우스시설을 갖췄지만 미국산 오렌지 수입량 증가로 국내시장 판매가격이 하락하면서 소득도 감소, 대출금 상환조차도 버거운 상황이다. 

감귤농가의 생존 걱정은 통계청의 조사에서 확인할 수 있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전국적으로는 농가의 소득이 부채 보다 1186만원 많았지만 제주는 소득 보다 부채가 1231만원 더 많았다. 제주지역 농가들은 농사를 지으면 지을수록 적자만 늘어나면서 빚더미에 신음하는 것이다.   

제주산 만감류를 위협하는 것은 미국산 뿐만이 아니다. 두달후인 7월1일부터는 유럽산 오렌지도 값싼 가격으로 밀려온다. 지난 2011년 7월1일 발효된 한-유럽연합 FTA에 따라 유럽산 신선 오렌지도 미국산처럼 매년 3~8월 무관세로 국내에 상륙, 제주감귤산업이 풍전등화 위기에 놓였다. 

미국산에 이어 유럽산 오렌지가 무관세의 낮은 가격을 앞세워 제주 만감류 시장을 잠식하지만 제주특별자치도의 대응 전략은 백년하청이다. 저가 공세를 앞세운 미국산과 유럽산 수입 오렌지로 도내 감귤농가들의 생존이 불투명하지만 제주도정이 내놓은 해법은 6년전 한·미FTA 발효 당시 내놓은 품질관리, 출하시기 조정, 소비촉진, 대체작목 육성 등 구닥다리 수준에 불과하다. 심지어 정부의 FTA 피해보전직불금 혜택을 받기 위해 필수적인 대체작목 육성은 여태껏 결과물도 내놓지 못하는 실정이다. 

물론 제주도정이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혈세를 들여  'FTA 대응팀'이란 전담 조직을 만들었다. 하지만 전문기관이 주문한 FTA의 산업·품목별 영향 분석은 감감하다. 안에서 잃은 감귤시장을 밖에서 찾는 해외시장 개척도 미흡하다. FTA 대응책 발표가 화려한 수식어로 구호만 요란한 채 허송세월을 보낸 것은 아닌지 의문이 제기된다. 오죽했으면 지난달 22일 도내 농업인단체가 "감귤산업이 붕괴되기 전에 제주도정이 미국산 오렌지의 저가 공세에 대응한 현실적인 생존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할 정도다. 

#공직사회 농가 어려움 외면

제주도정이 수입개방으로 어려움을 겪는 농가들의 생존위기책을 마련하지 못하면 존립 이유가 없다. 감귤산업이 붕괴되면 연관된 2·3차 제조업과 서비스업 등 지역경제 전체가 어려움에 처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만 해도 제주도는 소속 공무원들의 특별연가를 늘리고, 정부가 금지한 모범공무원 동반가족 국내탐방 경비 지원 근거를 만드는 등 잿밥에만 혈안이 된 모습이다. 농민들의 생존책을 마련하지 않은채 월급을 꼬박꼬박 타가는 '철밥통' 공무원들은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어야 한다.

저작권자 © 제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