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가락동시장의 농산물 하차경매 품목을 확대하면서 제주농가들의 피해도 커지고 있다. 가락시장의 제주산 농산물 하차경매는 지난해 11월 월동무를 시작으로 올 4월 조생종양파에 이어 오는 9월에는 양배추까지 적용된다.

하차경매는 농산물을 차량에서 내려놓고 경매가 진행되기 때문에 산지에서 농산물을 규격포장 한 뒤 팰릿에 쌓아 출하해야 한다. 상자·포장 구입비는 물론 밴딩작업 등 농가의 물류비 증가는 불가피하다.

제주산 농산물이 생산과잉과 소비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하차경매로 비용 부담까지 추가로 떠안게 되면서 농가들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도내 양배추 주산지인 애월농협 양배추생산자협의회 등은 최근 결의대회를 열고 가락시장의 하차경매 추진 중단을 요구했다. 애월농협은 하차경매 전환으로 양배추 농가가 추가 부담할 물류비만 10㎏당 925원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여기에 포장작업 등 인건비까지 포함하면 1000원이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농가가 하차경매로 물류비 덤터기를 쓰고 있지만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의 지원은 '찔끔' 수준이다. 공사가 도내 양배추 농가에 제시한 지원금은 추가비용의 10분의1인 10㎏당 100원 정도에 불과하다. 이미 하차경매가 시행 중인 월동무나 조생양파도 마찬가지다.

월동무 농가들이 팰릿당 1만4000원을 요구했지만 공사는 1만원 지원에 그쳤다. 조생양파도 팰릿당 추가 물류비 1만2610원의 28% 수준인 3000원만 지원하고 있다. 결국 제주도가 하차경매 추가 물류비의 60% 정도를 지원하고 있지만 한시적이거나 제한적이다보니 근본적인 해결책은 될 수 없다. 

하차경매는 가락시장의 시설현대화와 물류체계의 효율적 개선을 통한 시장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것이다. 그런데 공사가 궁극적으로 생산자에 이득이라며 그에 따른 추가 부담 대부분을 농가에 전가하는 것은 옳지 않다. 정부 역시 농가들의 고통을 외면 말고 적절한 지원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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