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 현장에서 소방차가 쓸 수 있는 물의 양은 한정돼 있다.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소화전이다. 소방대원들은 현장에 도착하면 바로 소화전을 찾아 소방차의 물이 떨어지기 전에 소방호스를 연결한다. 그런가하면 소방차가 화재 현장에 가까이 갈 수 없을 때도 소화전이 중요하다. 이곳에서 소방호스를 연결해 불길에 접근할 수 있다.  

소화전은 이처럼 화재현장의 생명줄과도 같지만 정작 불이 났을 때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가 많다. 바로 도로변에 있는 소화전 주변에 불법 주·정차된 차량들 때문이다. 도로교통법상 소화전 5m 이내는 모든 차량의 주차가 금지된다. 오는 8월부터는 주차뿐 아니라 5분 이내 정차도 할 수 없다. 어기면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지만 운전자들은 이같은 규정이 있는지도 잘 모른다. 설령 안다고 할지라도 '잠깐인데 어때' 하는 생각으로 소화전 주변에 거리낌 없이 차를 세우기 일쑤다.  

실제 본보 취재 결과 제주시내 도로변 곳곳의 소화전들이 불법 주·정차된 차량들로 제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차량들에 가려 소화전 위치조차 파악하기 힘든 곳도 많았다. 심지어 일부 소화전들은 리어카나 자전거 등의 자물쇠를 채우는 거치대로 쓰이고 있기도 했다. 불법 주·정차 차량들로 소방차가 소화전에 접근하기 힘들다보니 화재가 발생했을 때 소방용수 확보도 어려울 수밖에 없다. 특히 소방대원들이 다른 소화전을 찾다보면 시간이 지연되면서 화재 진압을 위한 골든타임도 놓칠 수 있다. 

소화전 주변의 불법 주·정차 차량이 늘면서 소방당국은 규제봉까지 설치하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규제봉을 설치하고 단속을 강화한다고 해도 시민들의 자발적인 협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화재는 언제 어디서 일어날지 모른다. 잠시 편하자고 소화전 주변에 차를 세우는 것이 나와 다른 사람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는 잠재적 범죄행위가 될 수 있다. 남을 위한 배려는 곧 나의 안전을 위한 것이라는 성숙한 시민의식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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