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현고 김동환군(3년)의 ‘바람은 바람으로’가 제3회 제주4·3학생문예작품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제주4·3실무위원회는 제54주년 4·3희생자 위령제 봉행에 앞서 4·3을 소재로 한 문예작품을 공모한 결과 643편 중 산문·시 부문에서 대상·최우수상 등 31편의 입상작을 선정했다.

 김 군의 작품은 내달 3일 범도민위령제 봉행행사장에서 직접 낭송된다.

 다음은 입상작.
 ◇시 부문
▲최우수=김지만(덕수교 5년) ‘무명천 할머니’, 박근여(조천중 3년) ‘침묵의 회색빛 오름들’, 김민경(남녕고 2년) ‘노을’
▲우수=김수현(신제주교 5년) 양연재(한림교 6년) 최지애(신성여중 3년) 이경미(안덕중 3년) 윤지영(사대부고 3년) 박정현(제주여고 3년)
▲장려=고연희(의귀교 6년) 김동환(신광교 5년) 조연정(귀일중 3년) 김주아(제주서중 3년) 이경열(남녕고 1년) 양수현(서귀포여고 1년)

 ◇산문 부문
▲최우수=문정호(광양교 6년) ‘4·3의 진실을 찾아서’, 부승현(사대부중 3년) ‘4·3 영원히 지워지지 않을 아픈 기억’, 김상규(사대부고 3년) ‘흰봉지 세탁가루가 되어’
▲우수=오주연(덕수교 5년) 고광룡(동광교 4년) 강미나(안덕중 3년) 이경진(사대부중 2년) 송은미(신성여고 2년) 최윤주(신성여고 3년)
▲장려=박탐이나(표선교 6년) 지윤경(안덕교 2년) 박민아(서귀여중 1년) 최여울(서귀여중 1년) 김다희(제주여고 2년) 이현수(서귀고 2년).

◈바람은 바람으로

바람은 바람으로 살아야 했다.

이유조차 알지 못하고 꺾여 버린
수만 양민의 가냘픈 숨소리에
맺혀진 눈물 밤하늘에 새겨놓고
보고도 못 본 척 들어도 못 들은 척
뒤돌아 앞으로 달려야만 했다.

빨갱이 섬 출신이라는
뭇 사람들의 멸시와 모욕에
억울함을 삭히지 못해 바다 앞에서 통곡하는
가여운 양민의 후손을 달래주지 못하고
다시 앞으로 달려야만 했다.

바람은 바람으로만 살아야 했다.
그것이 바람의 운명이었다.

그러나
바람은 바람으로만 살 수 없었다.
모진 아픔 겪고 있는 그들을 두고
부질없이 떠날 수는 없었다.

조금 더 일찍 지켜주지 못한
자신을 책망하며
잔뜩 웅크려 떨고 있는 그들 곁으로
조심스레 다가갔다.

바위 틈새에 피 붉은 진달래 피워놓고
산중턱 진 누런 억새 밭을 만들어

죽어있던 그들을 다시 살게 하였다.
잊혀졌던 그들을 다시 기억하게 하였다.

더 이상 바람은 바람이 아니었다
멈춰버린 바람은
한낮 봄날의 아지랑이에 불과했다.

하지만 바람은 후회하지 않았다.
이제서라도 한 서린 영혼들을
감싸 안아줄 수 있었기에
행복의 미소지으며
동터오는 슬픔의 섬을 내려다보고 있었다.<김동환·오현고 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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