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미영 제주한라대학교 관광영어과 교수·논설위원

이번 봄 학기에 우리 대학 캠퍼스에 외국인 신입생들이 많이 눈에 띤다. 이들을 보며 문득 '콩시에지 같이 행동하라(Act like a concierge)'라는 말이 생각난다. 유럽 중세 시대에 성에서 성주 대신 '손님맞이' 역할을 하던 소위 '촛불 지킴이(candle keeper)'라는 불어였다.

그 후, 유럽 호텔에서 다양한 문화의 나라에서 오는 손님을 다루는 '마당발' 역할을 하는 직원을 지칭하게 됐다.

콩시에지는 손님의 필요를 꿰뚫어 보는 '눈'과 공손하면서도 필요하면 '도도한 겸손함'으로 손님에게는 '노(No)'라고 말할 수 있는 '입'과 손님이 호텔 결혼식에서 웨딩드레스가 갑자기 뜯어지면 침착하게 서랍에서 반짓그릇을 꺼내어서 민첩하게 꿰매어 주는 '손'이 되기도 한다.

관광업계가 글로벌화 되면서, 대학에서 관광영어를 가르치는 필자는 영어 실력과 다문화 간 소통 능력을 둘 다 갖춘 콩시에지 같은 인재를 양성할 필요를 인식한다.

그렇다면 관광영어의 방향은 어떻게 잡아야 하는가. 한 가지 단서를 '링구아 프랑카(Lingua Fraca)'에서 찾을 수 있다.

서로 다른 모국어를 쓰는 사람들이 소통할 때 사용하는 제3의 언어가 링구아 프랑카이다.

전 세계적으로 스페인어, 힌디어, 불어 등 일곱 개의 링구아 프랑카가 있다. 그 중 글로벌 사회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국제 공용어로서 자리를 잡은 언어는 의심할 바 없이 영어다. 2000년대 초반 이미 세계 인구 10명 중 서너 명에 해당하는 15억명이 영어를 어떤 수준에서든 구사할 수 있다.

18세기 '해지지 않는 나라' 영국 제국이 아프리카, 아시아, 호주 등 식민지를 하나씩 늘일 때 마다 영국 국기 유니온 잭에 영어가 뒤이어 쫓아갔다. 

20세기 초 미국이 세계의 경제대국으로 떠오르면서. 미국 경제력의 비상의 날개에 영어를 싣고 전 세계로 영어는 또 다시 펴졌다.

그런데 최근 20세기에 들어와서 영어에 희한한 현상이 벌어졌다. 영국의 언어학자 데이비드 크리스탈(David Crystal)에 의하면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사람들 (L1 speakers) 수보다 외국어로 사용하는 사람의 수(L2 speakers)가 더 급격히 늘어나게 됐다. 

2010년 기준 미국 캐나다 등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L1 스피커는 대략 3억5000만명이라고 하면 싱가폴, 아프리카 같이 영어를 제2공용어로 사용하는 사람들은 대략 4억명이다.

반면, 1940년 이래 브라질, 한국, 중국 일본 같이 영어를 외국어로 사용하는 L2 스피커는 5억명 내지 10억명 까지 된다는 것이다. 즉, 영어의 운명은 이미 모국어로 사용하는 L1 스피커의 손을 떠나서 영어를 외국어로 사용하는 L2 스피커들의 손에 달려있다고 할 정도다.

그렇다면 관광영어 교육의 방향을 어떻게 잡아야 할까.

우선, 관광영어는 일반 비즈니스 영어에 비해 사용하는 단어 수 및 영어 표현이 정형화되어 있기 때문에 적은 수의 핵심 단어를 반복 연습시켜도 교육효과를 거둘 수 있다. 

관광업계는 L2 스피커를 대상으로 소통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상황에 맞는 짧고 간결하면서도 발음은 정확하게 하는 영어를 익혀야 한다.

한편 배경 지식과 문화 컨텐트는 모국어를 사용하여 스토리 텔링하도록 연습한다. 학생들이 한국어 모국어로 스스로 '이야기'를 하게 될 때 이것이 진정한 자기 지식이 된다. 이를 통해, 다양한 문화의 사람들과 소통하는 소통능력을 키워야 한다.

올해 우리 대학에 새내기 외국 학생들을 바라보면서 우리 학생들이 이들과 소통하며 링구아 프랑카 영어, 스토리 텔러의 두 가지 역량을 키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생겼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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