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미 제주시 구좌읍 소득지원담당

천초는 우뭇가사리(우미, 우무)의 다른 말로 제주 해녀들이 부르는 말이다. 매년 5~6월이 되면 육지식물들이 파릇파릇 움트듯이, 바닷속 해초들도 싱싱하게 움터 올라온다. 제주 동쪽 구좌읍 바닷가에서는 이 싱싱한 해초를 채취하기 위해 마을어장별로 공동으로 작업하는 현장을 볼 수 있다. 해안도로를 따라 차량이 가득 세워진 곳에는 어김없이 동네 장정들은 모여 있다, 바다 위에 주황색 태왁이 떠 있는 걸 볼 수 있다. 해녀들이 쉴 새 없이 물속을 들락날락거리며 천초를 채취하는 장면이다. 토해 내는 숨비소리가 현장감을 극대화시켜준다.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이색적 풍경으로 관광객들에게 충분한 재미가 느껴지는 볼거리다.

이 천초작업은 해녀의 생업으로 소라,성게 작업 만큼이나 중요한 일이며 주 수입원이다. 탈색없이 바짝 말려진 천초는 좋은 품질로 인정받아 대부분 수출되기 때문에 채취 즉시 건조작업을 진행한다. 햇볕 좋은 날에는 몇 시간만에도 잘 마르기 때문에 해안의 자전거도로는 물론 마을안길, 주요도로의 갓길, 공터 등 빈 공간은 어디든지 건조장이 돼 버린다. 

천초건조가 시작되면 관광객들의 교통불편 민원이 증가한다. 일시에 많은 양이 채취되기 때문에 자전거도로는 물론 도로까지 침범해 버리는 경우가 발생해 차량·자전거 운전자들의 통행불편 호소가 급증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다. 이에 천초작업 안내 현수막을 부착하여 공지하고, 건조작업시 이용객 통행을 위한 최소한의 경계를 만들어 건조토록 지도하고 있지만 해안도로를 이용하는 운전자들의 불만을 해소시키기에는 역부족이다.

해녀작업이 단순히 소라, 성게 채취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마을 해녀 대부분이 참여하는 이 천초작업은 제주 어촌마을의 공동체작업으로 볼거리를 제공하는 색다른 풍습의 해녀작업이다. 또 하나의 해녀문화이다. 구좌 해안도로를 이용하는 모든 이들의 서행운전을 바라며, 해녀문화를 조금 더 이해해 주는 시간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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