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문대할망페스티벌2018 15일 설문대할망제 본격개막
30일까지 굿 문화제·무용 공연·평화걷기대회 등 풍성

큰 치마로 흙을 날라 제주도를 만들었다는 창조신화 속 여신 '설문대할망'의 근면성실과 자기희생의 모성성을 문화콘텐츠로 확대한 '설문대할망제'가 15일 제주시 조천읍 제주돌문화공원 설문대할망제단에서 치러졌다.

5월 한달을 채워 진행되는 설문대할망 페스티벌 2108의 본행사로 여성 제관 9명의 헌향·헌화·헌다와 철쭉 기념 식수 등으로 꾸려졌다.

올해 여성 제관은 최고령 4·3생존희생자인 현경아 특별제관(99)을 포함 김영임 명창과 류현순 전KTV 원장, 남정호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노소영 나비아트센터 관장, 동방묘음 세계영성음악예술가(중국), 마리아 스미루노바 뉴에이지 명상음악가(러시아), 엘리자베스 젬프 바젤 약학대학 명예교수(스위스), 김진선 돌문화공원 관리소장이 맡았다.

윤희수 작가의 '설문대 크게 묻다' 그림 4점과 홍양숙 대한 명인의 정동벌립 작품, 김현수씨의 '제주도 설문대할망이야기의 신화적 성격' 석사논문, 고진하 시인의 설문대할망 헌시, 김영철 심방의 설문대할망과 오백장군 기메 5점 등이 예물로 올려졌다.

이날을 기점으로 베트남여성박물관 소장물품전 '모성숭배'(~19일), 제주굿 기메전(~6월 14일), 날아라 새들아, 에이블 아트전(~30일) 등이 진행된다.

이어 16일에는 허영선시인과 함께하는 '제주의 시노래'가 준비됐다. △17일 설문대와 함께 하는 돌이 빛나는 밤에 △18일 돌한마을축제 설문대 국제굿 문화제 △19일 무용 공연 '끝나지 않는 바람' △25일 세계평화선언 5주년 기념 행사 및 전쟁종식 평화걷기 대회 △26일 중국무형문화재 초청 '꿈에…유원경몽', 명상다례제, 설문대할망 신화와 제주의 돌문화 교육 △30일 제3회 제주국제즉흥춤축제 등이 이어진다.

돌문화공원 전통초가 마을에서는 관람객에게 무료 공예 체험, 제주 무속문화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돌한마을 문화예술 체험방'이 운영된다. 행사 기간 공원은 무료 개방 한다.

설문대할망제 특별제관 참여 최고령 4·3유족 현경아 할머니

설문대할망은 제주를 만든 창조의 여신이며 자신을 바쳐 오백아들을 먹여 살린 위대한 모성애의 상징이다. 어려움속에서도 자식들을 위해 헌신하는 제주의 어머니와 많이 닮아 있다.

15일 제주돌문화공원에서 봉행된 설문대할망제에 특별제관으로 참여한 현경아 할머니(99. 사진)의 소회는 남다르다. 최고령 4·3유족인 현 할머니는 4·3사건때 남편을 잃고 홀로 삼남매를 키우며 모진 세월을 견뎌냈다. 

현 할머니는 "제주시 아라동에서 살았는데 4·3사건으로 중산간 마을이 불타면서 해안가 마을로 가게 됐다"며 당시 상황을 들려줬다. 이어 "어느날 집에서 애를 보던 남편이 끌려갔다. 주정공장에 있다 대구형무소로 갔다고 하는데 아직도 행방을 모른다. 언제 죽었는지도 몰라 생일날 제사를 지내고 있다"며 "그때 막내 아들을 임신하고 있었는데 마을이 불타는 바람에 함바집에서 보리짚을 깔고 애를 낳았다"고 말했다.

또 현 할머니는 "어렵게 살았지만 불탄 마을을 재건하고 마을 부녀회장·신도회장 활동을 했다"며 "자식들에게도 늘 부지런하게 살라고 가르치고 마을과 이웃을 위한 일을 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현 할머니는 지난 2003년 제주4·3 장한 어머니에 선정되기도 했다. 2016년에는 장수패와 함께 받은 수상금을 이웃돕기에 기탁하는 등 나눔도 실천해 오고 있다. 올해 제70주년 4·3희생자 추념식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옆자리에서 행사를 지켜봤다. 

현 할머니는 "세상이 많이 달라진 것을 느낀다. 윗분들이 잘못된 것들을 바로잡아 준 덕분에 좋은 세상을 만나 감사드린다"며 소감을 전했다. 김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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