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 사회경제부 차장대우

지난달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차녀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벼락 갑질' 사건이 미국 뉴욕타임즈(NYT)를 장식했다. 뉴욕타임즈는 조 전무가 회의 도중에 광고대행사 간부에 폭언을 하고 물을 뿌린 행위를 전하면서 '갑질(Gapjil)'이라는 단어를 한국어 발음 그대로 실었다. 미국의 언어 체계에 한국말 '갑질'에 해당하는 단어가 없기 때문이다. 대신에 "과거 봉건시대의 영주처럼 임원들이 부하 직원을 괴롭히는 행위"라며 의미를 설명했다.

일본 교도통신도 지난달 '대한항공 또 파워하라 소동…땅콩 사건의 여동생'이라는 제목으로 조 전무 갑질 사건을 보도했다. 파워하라는 힘(power)과 괴롭힘(harassment)을 조합한 것으로 상사가 부하를 괴롭히는 것을 의미하는 일본식 조어다. 로이터통신은 대한항공의 사명에서 '대한'을 제외하고 태극 문양을 쓰지 못하도록 해달라는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 청원을 보도했다.  

대한민국의 갑질(gapjil) 외에 뉴욕타임즈는 '재벌(chaebol)'이라는 단어도 소개하면서 한국 재벌의 특권 의식을 지적하기도 했다.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옥스퍼드 사전에 등재돼 있는 재벌은 '가족이 소유한 거대 기업 집단'이라고 규정됐다. 

1980년대 재벌이란 말이 영어사전에 등재된 데 이어 갑질까지 외신을 통해 보도됐다. 갑질(gapjil)과 재벌(chaebol) 두 단어 모두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반면 옥스퍼드 사전에는 '김치' '한글' '태권도' '온돌'처럼 우리 고유의 문화·유산을 나타내는 단어도 올라 있다. 특히 4월 27일 남북정상회담 이후 영어로 등장하기 시작한 '평양냉명'은 단순한 음식을 넘어 '평화'의 상징이 됐다. 대중들 사이에서는 '이제 평화의 상징은 비둘기가 아니라 평양냉면'이라는 이야기가 회자될 정도다.

언어는 한 나라의 역사이자 뿌리이고, 한 민족의 정서이며 문화이다. 4·27 남북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대한민국이 낯부끄러운 한국어가 아닌 한 국가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언어로 세계에 알려지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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