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인수 제주테크노파크 수석연구원·논설위원

대한민국은 지금 '치유'와 '힐링' 열풍이다. 개인의 행복 추구와 삶의 질 향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바쁜 일상으로 지친 몸과 마음의 피로를 풀기 위해 휴식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에 제주도는 기존 삼다도와 신혼여행지의 이미지에서 치유와 힐링의 섬으로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사계절 아름다운 천혜의 휴양지인 제주도는 여행, 휴식, 느림, 자연의 또 다른 모습으로 다가온다.

전국 방방곡곡의 산림자원과 해양자원, 농업자원은 지역 고유의 문화와 특화자원과 융합해 치유와 힐링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

국내 치유산업은 1990년대 산림치유를 시작으로 발전했다.

산림치유란 숲에서 발생하는 음이온, 피톤치드 등 산림 치유인자를 호흡하면서 심신을 건강하게 하는 자연요법이다.

산림치유 효과를 극대화한 곳이 치유의 숲으로, 특히 서귀포시 치유의 숲은 2017년 산림청주관 '올해 가장 아름다운 숲' 대상에 선정되고, '차롱 도시락'은 지역 주민 소득증대에 기여하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계속하여 지역 휴양림과 숲길, 비자림 등의 산림자원을 대상으로 고유의 아로마테라피, 디톡스 프로그램 등을 대상별·질환별 맞춤형으로 제공하고, 숲 태교와 치매예방, 비만완화 전문 산림치유지도사의 육성도 필요하다. 

산림치유에 비해 아직 생소한 해양치유는 프랑스, 독일 등 유럽에서는 100여년 전부터 건강증진을 위해 활용됐고, 1960년대 관광, 의료, 바이오산업과 융복합되면서 고부가산업으로 발전했다.

해양치유는 해양기후와 해수, 소금, 갯벌, 모래, 해조류 등 해양자원을 활용해 호흡기 질환 완화, 치매예방, 심리 안정, 면역 증진, 재활 등의 활동을 말한다

국내 해양치유산업은 2017년 10월 해양치유자원 발굴을 위한 협력 지자체로, 전남 완도군(해조류), 충남 태안군(천일염), 경북 울진군(염지하수), 경남 고성군(굴)이 선정되면서 본격화돼 해양치유서비스 산업 육성 관련 법률을 제정하고, 해양치유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제주도는 청정바다와 해양기후, 용암해수와 용천수, 삼양 검은모래, 우도 해빈(海濱), 다양한 해양생물 뿐만 아니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해녀문화를 보유한 지역이다. 활용가치가 큰 해양치유자원을 발빠르게 발굴하고, 해양치유 사업모델을 안착시켜야 한다.

최근엔 농업의 가치가 재평가되고 힐링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면서 치유농업이 주목받고 있다.
치유농업은 식물, 동물, 음식, 환경(경관) 등 농업·농촌자원을 이용한 건강증진 활동으로, 유럽에서는 이미 학습장애 청소년, 정신질환자, 자폐증 치료, 치매노인들을 대상으로 널리 적용되고 있다.

정부에서는 치유농업 산업화 근거 법률 제정, 관련 자격제도 시행, 지역단위 지원체계 확보, 치유농장 지원 등을 추진하고 있다. 지자체별로 원예치료, 음악치료, 향기치료 등에 대한 치유농업 아카데미를 진행하는가 하면, 강원도는 전국 최초로 치유농업지도사 과정을 개설, 운영하고 있다.

제주도는 귀농이나 귀촌을 꿈꾸는 도시인들이 유입되면서, 고령화된 농촌사회에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다. 기존 농촌체험마을, 마을공동목장, 관광·교육농원 등을 중심으로 친환경·유기농 체험농장, 경증치매환자 대상 가족치유농장, 장애학생을 위한 재활승마 등 비즈니스 모델이 기대된다.

일찍이 의성(醫聖) 히포크라테스는 "병을 낫게 하는 것은 자연이다"라고 강조했다. 푸른 빛 바다, 해변, 곶자왈, 오름, 한라산 등을 1시간 남짓이면 다다를 수 있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제주도는 치열한 경쟁 속에서 심각한 스트레스 상황인 현대인들의 건강상태에 맞춰 산림치유, 해양치유, 치유농업을 활용해 여유롭게 힐링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제는 청정 제주의 다양한 치유자원을 잘 꿰어서 값진 보배를 만들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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