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희 편집부장 대우

얼마전 미술대학 누드모델 사진유출부터 항공대 단톡방 동영상까지 이른바 '몰카(몰래카메라)' 등을 이용한 사건이 부각되면서 디지털 성범죄 근절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몰카가 해코지의 수단인지 성범죄의 목적인지와는 별개로 과거에는 주로 불법 음란사이트 등에서 음성적으로 유통되던 몰카 피해 사진과 영상이 인터넷 커뮤니티와 대학내 단톡방에까지 등장하면서 사회적인 공분을 사고 있다. 

디지털 성범죄는 역설적이게도 영상 매체의 발달과 함께 꾸준히 증가해 온 것이 사실이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카메라 등을 이용한 촬영 범죄가 전체 성폭력범죄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2007년에는 3.9%(564건)에 불과했지만, 2014년 24.1%(6735건), 2015년 24.9%(7730건), 2016년 17.9%(5249건)를 차지했다. 디지털성범죄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부각되자 정부에서도 지난해 9월 불법촬영 및 유포자 처벌 강화, 피해자 지원 등의 내용이 담긴 '디지털 성범죄 피해방지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또 여성가족부는 지난달 30일부터 불법촬영물 피해자에게 정부가 영상물 삭제를 지원하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 종합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라온 '위장·몰래카메라 판매금지와 몰카 범죄 처벌을 강화해주세요'라는 청원에 한달안에 20만명이 넘게 참여했다. 청원 게시글 중에는 '넥타이, 볼펜, 물병, 탁상시계, 안경, 벨트 등 수도 없이 많은 초소형 위장카메라가 판매되고 있으며 판매와 구매에 아무런 제약이 없다'는 내용도 있었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를 보면 카메라 등을 이용해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다른 사람의 신체를 촬영하거나 유포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도록 돼 있다. 문제는 디지털 성범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그동안 너무 느슨했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누드모델 사진유출 사건의 경우 경찰이 가해자와 남성일 때와는 대조적으로 가해자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적극적인 수사를 한다는 비판도 제기되는 실정이다.

디지털 성범죄는 인간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인격살인에 해당한다. 피해자는 정신적 고통과 함께 2차 피해에 노출될 수 있다. 피해자·가해자의 성별을 떠나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처벌 강화 등 근절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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