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기 농협중앙회 제주지역본부장

제주지역 농가소득이 5000만원을 넘어섰다. 통계청이 지난달 23일 발표한 '2017년 농가 및 어가 경제조사결과'에 따르면 제주 농가소득은 5,292만원으로 전년대비 708만원, 15.4% 늘었다. 농가소득이 5000만원을 넘어선 것은 역사상 처음이자 대한민국 최초로 의미가 매우 크다.
제주농협은 지난해 2018년을 농가소득 5000만원 달성의 해로 정하고 조직역량을 총동원했다. 

지자체, 농업인단체 등과 목표를 공유하고 협력을 강화하는데 각별히 신경을 썼다. 목표연도보다 한 해 먼저 달성이 됐으니 기쁨이 두 배이다.

우선 2016년 태풍 '차바' 후유증과 가뭄, 국지성 폭우, 폭설, 한파 등 변화무쌍한 기상재해를 이겨내고 소비자가 좋아하는 고품질의 농산물을 생산한 농업인들이 축하받을 일이다. 또한 제주의 생명산업이자 도민의 최대 일자리인 농업을 매우 중요한 산업으로 인식하고 고품질 농산물 생산, 수급조절, 자연재해 극복 등을 위해 정책적·재정적 지원을 아끼지 않은 제주특별자치도의 역할이 컸다고 평가하고 싶다.

특히 도와 농협이 농정발전협의회를 구축하고 농정협치 차원에서 농업·농촌 현안에 대한 문제 발굴 → 과제선정 → 해결방안 도출 → 시행 등의 농업현장 지원과정이 빠르게 이루어진 점이 무엇보다 도움이 됐다고 본다.

지난해는 특히 감귤의무자조금이 첫 도입되고, 타이팩 감귤 생산 지원, 소형 비파괴 선과기 지원 등 감귤 고품질화에 최선을 다했다. 당근 품목에 대한 제주형 밭작물 자조금 운영, 무 등 월동채소류 수급안정을 위한 선제적 시장격리, 양배추 수출 물류비 지원으로 밭작물 재배 농업인에 대한 지원도 확대 했다. 농업인력 지원 조례 제정 및 국민수확단 운영으로 농촌인력 부족에 대한 항구적 대책의 토대도 마련했다. 즉각적 재해대응과 AI 등 가축질병에 대한 상시 방역체계 구축에도 힘썼다. 

그러나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농촌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심각해 지속가능 농업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농가인구가 9만 명 이하로 감소했다. 65세 이상 농가 경영주 비율도 48.8%로 절반에 육박하고 있다. 농가소득이 높은 반면 농가부채도 6523만원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다만 부채증가율이 둔화되고 있어 다행이다. 또한 농가부채 증가가 시설농업 확대와 부동산 경기 호황에 따른 영향이 큰데다, 소득 증가율이나 자산 증가율에 비해서 현격히 낮아 아직 위험단계로 보기는 어렵다. 그래도 해결해야 할 문제이다. 기후변화에 따른 빈번한 자연재해도 변수가 아니라 상수다.

이제는 제주농업의 지속가능 발전을 위해 도민 모두가 힘을 모아야 한다.

농업은 국민의 생존에 필수적인 식량생산 외에도 국토보전, 경관유지, 수자원 함양, 지역사회유지, 전통문화 보전 등 돈으로 평가할 수 없는 엄청난 공익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 농업의 공익적 가치를 헌법개정에 반영하여 공익적 직불금을 제공하는 등 농업인들이 농촌에 살면서 농업에서 보람을 찾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농촌은 농촌다워야 그 가치가 있다. 농촌지역의 무분별한 개발로 크게 훼손되고 있는 농촌 어메니티(amenity)를 보전하기 위해 '아름다운 제주농촌 가꾸기 운동'을 범도민 운동으로 전개해야 한다. 이 부분은 농업인이 책임감을 갖고 더 앞장서야 한다.

또한 농업인의 안정적 소득 보장을 위해 농업인 월급제를 시범 도입, 운영하고 품목별로 확대시켜 나가야 한다. 특히 농촌고령화에 대응해 청년 농업 경영주들이 미래 제주 농업·농촌을 활기차게 이끌어 갈 수 있도록 청년농업인 육성 종합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할 것이다.

농가소득 5000만원 달성으로 제주농업의 위상을 높여 듯이 앞으로 제주농업·농촌 보호를 위한 탄탄한 대책을 마련하고 새로운 가치의 재창출을 통해 지속가능한 제주농업을 만들어가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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