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정이 대중교통체계를 개편하면서 첫 시행한 관광지 순환버스가 애물단지 신세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관광객들이 순환버스 이용을 꺼리면서 민간운송업체의 적자액을 도민 혈세로 충당하는 '재정 폭탄'까지 걱정해야 할 정도다. 버스 준공영제 시스템으로 관광지 순환버스 업체의 적자를 제주도정이 최소 3년간 혈세로 보전해야 할 상황이어서 투자 효율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제주도정이 지난해 8월말 버스운행시스템을 개선하면서 신설한 동·서부 2개 노선에 관광지 순환버스 16대가 운영중이다. 동부 노선은 구좌읍 대천환승센터에서 출발해 제주세계자연유산센터-거문오름-동백동산 습지센터-비자림-용눈이오름-송당리 등을 거쳐 대천동으로 돌아온다. 서부노선은 안덕면 동광환승센터를 출발해 신화월드-항공우주박물관-저지예술인마을 등을 거쳐 동광리로 들어온다. 관광지 순환버스 운영은 3년간 한정면허를 따낸 한 민간업체가 맡고 있다.   

관광지 순환버스가 관광객 이동 편의 등 장점을 내세우며 출발했지만 앞날이 걱정스럽다. 관광객들이 렌터카 이용을 선호하면서 관광지 순환버스가 '나 홀로 운행'이란 수모를 당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4월까지 관광지 순환버스 16대가 64회에 걸쳐 실어나른 승객도 329명으로 회당 평균 5.1명에 불과하다. 특히 제주도정이 올 1월부터 관광객들이 하룻동안 관광지 순환버스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정액권 요금제도를 도입했지만 이용객이 하루 평균 3.6명에 그치고 있다.  

관광객들이 관광지 순환버스 이용을 외면하면서 운송업체의 적자도 문제이지만 텅 빈채 운행하는 모습을 볼때마다 도민 혈세가 줄줄 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제주도정이 관광지 순환버스의 운송 적자를 도민 세금으로 보전하겠다고 업체와 약속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운송 적자액이 커질수록 도민들이 부담할 세금 역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 푼이라도 아껴야할 혈세를 마치 남의 돈처럼 펑펑 쓰는 것 같아 실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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