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주형 정치부 차장
치킨게임은 1950년대 미국 젊은이 사이에서 유행했다. 도로의 양쪽에서 두명의 운전자가 차를 몰고 정면으로 돌진하고, 둘 중에 먼저 핸들을 꺾는 사람이 지는 게임이다. 먼저 핸들을 꺾은 사람은 겁쟁이 즉 치킨으로 놀림을 당하고, 끝까지 직진한 사람은 용감한 영웅 대접을 받는다. 그러나 둘 다 핸들을 꺾지 않으면 결국 정면충돌해 모두 자멸하게 된다. 이처럼 양쪽 모두 한 치도 양보하지 않고 극단적으로 치닫는 상황을 '치킨게임'이라고 한다.
승자가 되기 위해서는 상대방에게 '나는 절대 포기할 생각이 없다'는 것을 강력하게 보여주는 것이 효과적이다. 물론 상대방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파국에 근접해 갈수록 어느 순간 양쪽 모두, 또는 최소한 한쪽은 결국 백기를 들게 마련이다. 양보하지 않는다면 모두 자멸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6·13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2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주 후보자 등록에 이어 오는 31일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다. 출마자들은 일찌감치 예비후보자로 등록하고 선거운동에 돌입했다. 이번 제주도지사 선거의 경우 5명의 예비후보가 나서면서 역대 최다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문대림 더불어민주당, 원희룡 무소속 도지사 예비후보의 '2강' 구도가 형성되면서 선거전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문대림·원희룡 예비후보는 자신이 직접 나서거나, 대변인 또는 선거캠프를 내세워 상대 후보를 공략하고 있다. 정책 선거보다 네거티브 선거 전략을 펼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에도 양쪽 진영은 공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오히려 상대 후보에게 사퇴하라고까지 요구하는 등 갈수록 더 심해지고 있다.
도지사 예비후보 진영별로 제기된 의혹에 대해 고소·고발로 맞대응하는 등 강경한 입장을 보임에 따라 지방선거 이후 도민사회가 적잖은 후유증에 시달릴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도민사회의 갈등과 분열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 나서는 후보들은 치킨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다.
상대방이 포기할 때까지 간다면 결국 정면충돌해 본인들뿐만 아니라 제주 사회가 엄청난 사회적 비용을 부담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