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송이 제주대학교병원 심장내과

매년 5월 17일은 세계 고혈압 연맹이 제정한 고혈압의 날이다.

고혈압은 18세 이상의 성인에서 수축기 혈압이 140mmHg 이상이거나 확장기 혈압이 90mmHg 이상인 경우를 말한다.

고혈압은 협심증, 심근경색 등 허혈성 심질환뿐만 아니라 심부전이나 뇌졸중 등의 무서운 합병증을 유발하는 중요한 위험인자다. 

고혈압과 관련된 위험 인자에는 고혈압의 가족력을 비롯해 음주, 흡연, 고령, 운동 부족, 비만, 짜게 먹는 식습관, 그리고 스트레스 등의 환경적·심리적 요인이 있다.

2016년 국민건강영양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30세 이상 인구 중 남성은 35%, 여성은 22.9%가 고혈압을 가지고 있다.

남성의 경우 연령이 증가할수록 그 비율은 점차적으로 늘어나서 70세 이상의 남성인구에서는 64.2%의 인구가 고혈압을 가지고 있다.

여성의 경우에는 폐경기인 50대를 전후해 비율이 늘어 70세 이상에서는 72.5%의 인구가 고혈압을 가지고 있다.

고혈압을 가지고 있는 인구 중에서 병원에서 고혈압 진단을 받은 비율은 46.5%에 불과하다.
또 고혈압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은 65%이다.

치료를 받는 사람들 중 70.8%는 혈압 조절이 잘 되고 있었다. 

이렇게 보면 국내 고혈압 치료가 잘 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자료를 자세히 들여다 보면 몇 가지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다.

가장 큰 문제점은 젊은 인구 즉, 30대와 40대 남성인구에서 고혈압 치료율이 22.8% 정도로 여성인구나 다른 연령층에 비해 현저히 낮다. 

일반적으로 고혈압으로 인한 합병증이 발생하는 시기가 10여년이 걸리는 것을 고려한다면 젊은 고혈압 남성 인구가 장년층이 되었을 때 이로 인한 합병증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다. 

최근 미국에서 진행된 한 고혈압 연구에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볼 수가 있다.
이 연구에서는 고혈압이나 다른 심뇌혈관질환의 위험인자를 많이 가지고 있다. 

하지만 고혈압 인지율이나 치료율이 낮은 흑인 중·장년층 남성을 대상으로 해 병원이나 의원이 아닌 그들 스스로가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이발소를 기반으로 하여 고혈압 관리 및 치료 계획을 잡았다.

특별히 교육을 받은 이발소들에서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손님들의 혈압을 재고 혈압이 높은 손님들을 대상으로 해 한 그룹은 이발소 내에서 특별히 훈련 받은 약사들과 만나서 혈압약을 처방 받도록 하고, 다른 그룹은 환자를 의사 진료를 보도록 권유해 6개월간 혈압관리 결과를 봤다.

그 결과 두 그룹 모두 혈압이 떨어지기는 했다. 

하지만 이발소 내에서 혈압약을 처방 받은 그룹이 의사 진료를 따로 보도록 한 그룹과 비교해 현저하게 더 많은 혈압 강하 효과를 보였다. 

이 연구에서 보여주는 것은 고혈압 환자가 자신의 혈압 상태를 알고 난 이후 치료를 받기까지의 시·공간적 차이를 최소화했을 때 혈압 치료 효과가 좋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젊은 고혈압 환자들은 직장이나 생업 때문에 고혈압 관련해 진료를 볼 수 있는 시간이 없다. 

또 현재 증상이 없기 때문에 고혈압 치료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는 것이 치료율이 낮아지는 주요한 원인이 될 수 있다. 

따라서 병원이 아닌 직장이나 지역 사회를 기반으로 하여 젊은 층, 특히 고혈압 유병율이 높은 남성 인구에 대해 고혈압 관련 인지율과 치료율을 높일 수 있는 국가 차원의 고혈압 예방 및 관리 사업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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