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후 좌우사상대립에서 철저히 민족통합의 중도노선을 고수했던 우파 민족주의자 동전(東田) 오기영(1909∼?)의 책 두 권이 54년 만에 재출간됐다.

 독립운동가였던 자신의 가족사를 쓴 수기 「사슬이 풀린 뒤」와 잡지 「신천지」 등에 썼던 칼럼을 묶은 「삼면불」을 재편집한 「진짜 무궁화-해방경성의 풍자와 기개」가 그것이다.

 「사슬이 풀린 뒤」는 3·1만세운동을 주도해 감옥에 간 아버지를 비롯, 일찍이 중국에서 공산당원이 돼 국내에서 형, 막내 누이와 매제, 아우까지 한가족 모두가 독립투쟁에 가담해 겪게 되는 고통과 수난을 토해내듯 기록하고 있다.

 ‘어머니에게 드리는 편지’로 서두를 연 작가는 언론인답게 치밀하고 현장감 넘치는 필치로 ‘체포, 재판, 그리고 출옥’,‘이제는 노예의 무덤이 아니다’등을 통해 나라를 빼앗긴 민족의 울분을 구구절절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다.

 한편 「진짜 무궁화…」는 해방공간에서의 사회사, 생활사의 귀중한 자료이기도 하다.

 교육난·실업자·공창문제·양조금지 등에 관한 글들에서 지독한 가난과 불행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국민들과 배부른 정치인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써내려 갔고 제주도 4·3과 관련한 글에선 당시 제주의 고유 풍습습관을 몰랐던 당국의 처사에 대해 지적하면서 ‘무면허 의사의 비위생적 수술’이라는 비유로 토로해 놓고 있다.

 성균관대출판부 펴냄. 각권 9500원·1만2000원.

◈동전 오기영은?
 황해도 배천에서 출생, 배재고보를 중퇴하고 동안일보에 입사하여 십여년 간 기자생활을 하다가 동우회 사건에 연루되어 퇴사했다.

 해방 이후 경성전기주식회사에 근무하면서 조선일보에 ‘팔면봉’을 썼고 잡지 「신천지」와 각종 신문 등에 다수의 글을 기고했다.

 월북 뒤 조국통일민주주의전선 중앙위원과 ‘조국전선’의 주필로 활동한 이외엔 행적이 알려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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