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랑쉬 굴의 슬픈 노래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사)제주민예총 4·3문화예술제 사업단이 30일부터 4월 15일까지 제주시내 세종갤러리에서 갖고 있는 다큐멘터리전 「다랑쉬 굴의 슬픈노래」를 보면서 느낀 감정의 일단이다.

 제주민예총이 4·3 54주기와 다랑쉬굴 발굴 10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이 전시회는 입산-참혹한 죽음-방치된 시신-수장과 봉쇄로 이어지는 4·3의 총체적 모순을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여준다.

 ‘다랑쉬굴’은 지난 48년 12월 18일 9연대에 의해 집단학살 사건이 일어났던 곳으로 지난 92년 11구의 유골과 유물이 발견돼 전국의 언론을 통해 만천하에 ‘다랑쉬의 실상’이 드러난 참혹한 4·3 현장이다.

 다랑쉬굴은 91년 제주4·3연구소가 다랑쉬굴 토벌 현장에 동행했다는 문은철씨의 안내로 발견한 후 그 해 12월 24일 11구의 유골과 유물이 있음이 확인했다. 이듬해 3월 제민일보와 4·3연구소가 공동으로 현장확인과 합동조사를 벌였고, 제민일보는 끈질긴 추적 끝에 9살 난 어린이와 부녀자 3명을 포함한 11구의 유골의 임자를 찾아내는 등‘다랑쉬굴’의 역사 바로 잡기에 앞장섰다. 그러나 다랑쉬굴 유해는 유족과 도민들의 ‘합동안장’과 ‘도민장’이라는 염원에도 불구하고 행정과 보안당국의 방해로 화장돼 바다에 뿌려졌고, 굴 입구는 시멘트로 굳게 봉쇄돼 다랑쉬굴은 점차 역사의 뒤안길로 묻혀지고 있다.

 주최측이 이번 전시회를 기획한 것도 역사 속으로 사라져가는 다랑쉬굴에 대한 올바른 역사복원과 이를 4·3의 진상 규명의 교훈으로 삼자는 취지에서다. 전시장을 가득 메운 유골 사진, 그 속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고무신이 신겨진 백골과 허리띠가 채워진 유골, 노랗게 퇴색한 머리 속에 꽂혀있는 비녀, 시체 위에 얹혀진 천 조각 등에선 공포 속에 떨며‘살려달라’며 울부짖었던 당시 사람들의 절규가 들려온다.

 이 전시회에는 또 다랑쉬굴의 발견부터 조사하고 취재하는 부산한 움직임과 시신수습, 장례식 장면, 한줌 재로 변한 유골을 안고 바다로 떠나는 유족들의 허탈한 표정까지 당시의 아픔을 생생히 전해주는 사진과 영상물이 전시돼 있다.

 우람한 위용을 드러난 다랑쉬오름과 주인을 잃은 채 반세기 넘게 마을을 지키고 있는 대나무숲과 팽나무만이 잃어버린 마을의 역사를 역설적으로 웅변하고 있다. 강요배 화백과 김충희씨의 그림, 잃어버린 마을과 동굴 속에서 수습한 깨진 그릇, 녹슨 호미, 놋수저와 고무신 등 유물 등도 처절한 4·3의 아픔을 증거하고 있다.

 전시사진들은 사진작가 김기삼씨가 촬영한 것이며, 전시작품은 해설과 상황일지(글 김동만) 등을 곁들여 「다랑쉬굴의 슬픈노래」(값 1만5000원)란 사진집으로도 묶였다. 문의=753-0077, 758-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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