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가요 ‘바꿔’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것은 지금이 총선정국이란 점과,낡은 정치권에 염증을 느낀 국민들의 속마음을 잘 꿰뚫고 있기 때문이다.

 가사 내용처럼 ‘모든걸 다바꿔야’ 한다는 잠재 의식이 국민들의 가슴 한켠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 ‘바꿔’가 과거처럼 정치권에 대한 막연한 불신이나 무관심으로 끝나지 않고 적극적인 참여의지 확대로 이어져 파괴력을 더하고 있다.

 여야가 상당수 중진의원을 공천에서 배제하는 물갈이를 단행한 것도 결국 국민들의 이런 요구를 외면할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번 총선에선 낙후된 정치권의 틀을 바꾸고 구시대 정치인을 갈아치우려는 국민들의 물갈이 요구가 어느때보다 분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제주지역도 예외는 아니다.제주정가에서 물갈이 운동의 중심에 선 2000년 총선 제주도민연대(총선도민연대)가 이미 도민들 사이에서 폭넓은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급속히 영향력을 넓히고 있다.

 총선도민연대가 최근 도민 30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설문조사에서 69%가 시민단체들이 내놓는 후보자 정보공개를 투표에 반영하겠다고 응답한 것은 이같은 사실을 뒷받침하고 있다.

 따라서 선거전이 달아오르면 도내 3개 선거구 모두 물갈이 여부가 최대 화두로 떠오를 전망이다.

 그렇다면 이번 선거에선 경륜을 내세운 현역의원이 다시 여의도 입성에 성공할 것인가,아니면 새로운 인물이 이들을 대신해 금배지를 달 것인가.

 도민 사이에선 “3∼5선이면 할만큼 했다.이제는 바꿀 때도 됐다”는 ‘인물교체론’이 어느정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는 게 사실.

 그러나 이에대한 현역의원들의 반응은 한마디로 ‘No’다.

 도민 여론도 물갈이보다는 여전히 힘과 관록이 있는 인물을 원하고 있어 어렵지 않게 승리할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제주시 선거구에서 5선입성을 꿈꾸는 현경대의원은 “원내·외를 구분해 구정치인과 새정치인으로 나누는 것은 위험성이 크다”며 “오히려 정치신인이 자질과 능력이 전혀 검증안된 인물”이라고 물갈이론을 반박하고 있다.

 북제주군 선거구의 양정규의원은 ‘제주출신 첫 국회의장’을 목표로 6선고지 등정을 준비하고 있다.수권야당의 부총재이자 공천심사특위 위원장 경력을 들어 “다선의원이 지역발전을 이뤄낼수 있다”고 강조한다.

 서귀포시·남제주군 선거구의 변정일의원도 “다선의원을 계속 밀어야 지역이 발전할수 있다는 여론이 확산되는 것을 직접 확인했다.정부의 거듭된 실정으로 지역민심도 여당을 떠났다.후진을 양성하더라도 경륜있는 인물이 더 잘하지 않겠느냐”며 물갈이론을 일축했다.

 그러나 이들에 대한 도전이 결코 만만치는 않다.

 집권여당의 정대권,장정언,고진부씨가 물갈이론을 무기로 삼아 맹렬한 기세로 전의를 불태우고 있고,나머지 예비후보들도 나름대로 현역의원들을 공략할 전략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이들의 주장은 하나같이 “현역의원들이 3∼5선을 지내는 동안 지역을 위해 한 일이 거의 없다”는 것.도민들도 이들에게 실증을 느끼고 있는 만큼 이번에는 인물교체가 충분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도민들이 여전히 다선의원을 원하고 있는지,‘이번에는 바꿔야 한다’고 여기는지,그 결과는 당장 40여일후면 드러나게 됐다.<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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