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남 화백 ‘행상여인 그리고 꽃과…’ 초대전
연갤러리 개관 10주년 기념 31일까지 진행

박 남 작 '행상여인'

‘어머니의 둥근 등을 바라보다 울었습니다’하는 어느 시인의 노래에 콧날이 시큰해진다. 애써 마당에 찾아온 봄 탓을 하는 시인을 대신해 붓을 쥔 노 화백이 꺼낸 그저 우리네 어머니와 할머니가 쿡쿡 가슴에 박힌다.

어두웠던 지난 역사를 되짚으며 삶의 집념과 의지의 상징이 된 이들의 헌신이 제주 연갤러리를 묵직하게 한다. 개관 10주년 초대전으로 진행하고 있는 박남 화백의 ‘행상여인 그리고 꽃과 여인-제주나들이’전이다.

‘행상여인’은 박 화백이 1980년대 초부터 30년 넘게 이어온 작업이다. 여든을 훌쩍 넘긴 박 화백의 삶을 반추할 때 그가 그려낸 여인들의 시간은 그보다 훨씬 앞선다. 일제강점기와 해방, 6·25한국전쟁 등 비극 속에서 아팠지만 아플 수 없었던 여인들에게서 원시적 생명력을 찾아낸다. 투박한 붓 터치가 아름답기보다 강한 여인의 이름을 대신한다.

박남 작 '꽃과 여인'

고진감래라는 희망으로 살아온 애틋한 향수가 그 이후의 시간을 걷는 것이 '꽃과 여인'시리즈다. 이 모든 것들이 모정이란 이름으로 봄꽃 보다 곱게 다가온다.

10여년 만의 제주 나들이에 박 화백은 '행상여인', '꽃과 여인' 연작 등 30여점을 내놨다. 전시는 이달 31일까지. 문의=010-9692-98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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