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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제주4.3을 기록유산으로2 <8> 동학농민혁명기록물19세기 한반도 밝힌 동학운동 세계인 기록 눈앞
고영진 기자
입력 2018-05-27 (일) 19:07:26 | 승인 2018-05-27 (일) 19:12:45 | 최종수정 2018-05-27 (일) 19:16:44

피지배 계층 중심 아래부터 진행된 민중항쟁
진압군·개인 등 다양한 관점 기록물 남아 '가치'

중복 문제 해결…국내 공모 통과 세번째 도전

19세기 한반도 전역을 들썩였던 동학농민혁명은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잘못된 정치를 바로 잡기 위해 광장에 모여 작은 촛불을 들었던 기억이 아직도 또렷하기 때문이다. 인간존중과 자주, 직접민주주의, 평등, 민주 등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추구한 동학농민군의 정신이 담긴 기록물이 국내 관문을 넘어 세계인의 기록으로 남기 위한 마지막 여정을 앞두고 있다. 동학농민혁명이 그동안 걸어온 길을 되짚어 제주4.3의 나아갈 방향을 모색한다.

△동학농민혁명 역사적 의의
1894년 1년간 전개되었던 동학농민혁명은 조선 봉건사회의 부정·부패 척결 및 반외세의 기치를 내걸었던 대규모 민중항쟁이다. 1892년에서 1893년까지 동학교단의 조직적인 교조신원운동과 1894년 1월 고부 농민봉기를 도화선으로 3월 전라도 무장에서 전면적으로 시작된다.

피지배 계층의 사상적 견해를 반영하고 있던 동학사상과 전국적 조직이던 동학교단을 매개로 광범위한 농민 대중이 참여한다. 개화파가 주도했던 갑신정변이나 독립협회운동, 재야유생이 주도했던 위정척사운동이나 의병 항쟁 등은 위로부터의 개혁이었으나 동학농민혁명은 피지배 계층을 중심으로 아래로부터 진행된 민중항쟁으로 가치를 갖는다.

또 당초 군·현 단위에서 산발적으로 이뤄졌던 항쟁을 전국 차원의 항쟁으로, 일시적 투쟁에서 장기 지속적인 항쟁으로 발전해 나갔으며, 조선 후기 빈발 했던 농민봉기 단계에서 나타났던 민중의 사회 전반에 걸친 개혁의지를 발전적으로 계승해 전국적으로 확산한 대규모 농민 대중에 의한 혁명이다.

아울러 일본의 침략 야욕과 부패·무능한 조선왕조 봉건 지배층의 외세 의존 및 보수 유생의 체제 수호의 벽에 좌절했으나 1894년 이후 전개된 의병항쟁, 3·1독립운동과 항일 무장 투쟁에 이르기까지 지대한 영향을 끼친 사회개혁 운동과 자주적 국권 수호운동으로서 한국의 근대화와 민족민중운동의 근간이 된다.

동학농민혁명은 미완의 혁명으로 끝났으나 19세기 후반 우리나라와 동아시아의 국제 질서를 변화시키고 중세에서 근대로 이행하는 과정에 큰 영향을 끼친다. 을미의병 활동, 3·1운동, 4·19혁명, 5·18광주민주화운동의 모태로서 오늘날 평등사상과 자유민주화의 지평을 연 근대 민족사의 대사건이다.

△기록물의 가치
동학농민혁명 기록물은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동학농민혁명에 관한 종합적 기록이다.

이 기록물은 동학농민혁명에 참여한 동학농민군의 임명장, 회고록 등 관련 기록, 동학농민군 진압에 가담한 관료 및 진압군의 공문서와 보고서 등 조선정부 기록, 민간인의 문집 및 일기 등 민간 진압 기록, 개인들이 동학농민혁명을 목격하거나 전해들은 내용을 기록한 개인 견문기록, 일본 측 관련 기록물 등을 말한다.

동학농민혁명 기록물은 동학농민혁명에 관한 세계 유일의 기록으로 가치를 지닌다. 세계 여러 곳에서 농민항쟁이 일어났지만 일정한 장소와 시간에 집중적으로 기록이 남아 있다는 점에서 동학농민혁명 기록물은 세계사적인 가치가 있다. 또 동학농민군, 정부, 관료, 진압군, 민간지식인 등 여러 주체가 각각의 관점에서 인식한 기록으로, 하나의 사건에 대한 다양한 관점에서 서술된 기록물이라는 점에서 완전성과 희귀성이 있다.  

△동학에 찾아온 시련
문화재청은 2017년 세계기록유산 등재 대상 기록물 선정을 위해 지난 2015년 7월20일부터 8월31일까지 대국민 공모를 실시한다. 공모 결과 4·19혁명기록물과 국채보상운동기록물 등 모두 13건이 접수된다.

동학농민혁명기록물세계기록유산등재추진위원회와 경상북도도 동학기록물로 각각 대국민 공모에 응모한다.

동학농민혁명기록물세계기록유산등재추진위원회는 동학농민군 임명장, 회고록 등 동학농민군 기록(27건), 동학농민군 진압에 가담한 관료 및 진압군 공문서와 보고서 등 조선 정부 기록(115건) 등 모두 171건을, 경북도는 상주 동학교당 기록물 1425점을 제출한다.

하지만 동학이란 한 분야에 대해 각각 신청서가 접수되는 바람에 두 기관 모두 탈락한다. 앞서 지난 2013년에 이어 두 번째 쓴 잔을 마신 것이다.

실제 문화재청 세계유산분과위원회는 상주동학교당기록물에 대해서는 '다른 지역 교당의 유사한 기록물까지 포함하고 동학혁명기록물을 아우를 필요가 있다'고, 동학농민혁명 기록물에 대해서는 '동학혁명 및 동학교당기록물로 통합해 상주동학교당 이외 다른 지역 교당 규사기록물까지 포함해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검토의견을 달았다.

특히 '관련 지자체 및 단체간 상호 협력해 공동으로 추진하는게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세계인의 기록 성큼
동학농민혁명기록물세계기록유산등재추진위원회는 지난해 4월 27~5월 12일 진행한 문화재청의 '2018년 세계기록유산 및 2017년 아시아태평양 지역목록 등재신청 대상 기록물 공모'에 응모한다.

지난 아픔을 교훈삼아 동학농민혁명기록물세계기록유산등재추진위원회는 신청서를 제출할 때 문화재청에 양 단체의 추진 기록물이 '성격'이 달라 통합이 어렵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별도로 작성해 적극적으로 설명한다. 동학농민혁명 기록물은 1894년에 일어났던 동학농민혁명이라는 역사적 사건과 관련된 기록물인 반면 상주동학기록물은 동학에서 분파됐던 경천교라는 종료에서 나눠진 상주동학교와 관련된 종교기록물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6월 27일 회의를 열어 "동학농민혁명 기록물은 일본 제국주의 확장의 계기가 돼 청일전쟁, 러일전쟁, 세계대전으로 확산된 동아시아 역사를 바꾼 농민혁명으로서 세계사적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판단된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또 "세계사적으로는 갑오농민전쟁 또는 농민혁명으로 명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조선 주재 일본군 기록 추가가 필요하다" 등의 의견을 듣는다.

이어 동학농민혁명 기록물과 4·19혁명 기록물을 세계기록유산 등재신청 대상으로 선정한다.
동학농민혁명 기록물은 올해 등재 신청 절차를 거쳐 내년 유네스코에서 최종적으로 등재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제주4·3에 주는 교훈
동학농민혁명 기록물의 여정은 아직 기록유산 등재를 위한 걸음마도 떼지 못한 제주4·3에 시사점이 크다. '제주4·3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라는 목표만 정해졌을 뿐 구체적인 로드맵은 부족한 상태다.

제주도는 최근 행정자치부에 4·3 세계기록유산 등재 준비에 소요되는 국비 2억원을 신청했다. 원희룡 도지사는 올해 제주4·3희생자추념식에서 4·3기록물의 기록유산 등재 추진을 밝혔다.
하지만 정부나 NGO 등이 중심이 돼 기록유산 등재를 추진하는 다른 기록물과 달리 제주4·3은 아직 구체적 추진 주체가 정해지지 않았다.

더구나 추진 주체는 물론 기록물의 범위도 명확하지 않다. 때문에 4·3의 기록유산 등재를 위해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할 추진 주체를 설정하고 자료 수집 등을 위한 추진위원회를 구성하는 등 본격적인 준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4.3을 부정하는 보수 세력에서 4.3 기록물 등재를 동시에 시도할 경우 동학이나 위안부 기록물처럼 유사사례로 문화재청 공모에서 탈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제주4.3은 올해로 70주년을 맞았다. 긴 시간 어둠의 역사로 묻혀있다 빛을 보는 데까지는 성공했다. 어렵게 세상과 마주한 4·3의 기록물이 기록유산 등재로 한 단계 도약할 때 제주가 진정한 평화와 인권의 섬으로 발돋움할 수 있을 것이다.

 "기록물 개념.대상.범위 분명히 설정해야"

이병규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연구조사부장(사진)

"우선 기록물의 개념 그리고 대상과 범위를 분명히 설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병규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 연구조사부장은 "개념과 대상, 범위가 정해져야만 본격적인 작업을 추진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부장은 "추진주체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연구자, 기록유산전문가, 기념사업 관계자, 지자체, 언론, 시민운동가 등이 참여하는 추진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여론을 만들어가고 기념사업단체와 자자체 등도 힘을 합친다면 분명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어 "국내에서 문화재청이 등재신청 대상을 2년에 2건을 선정하고 있는데, 현실적으로 지금 단계에서 상당 부분 준비돼 있어야 다음 신청이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부장은 동학농민혁명기록물의 세계기록유산 등재 효과에 대한 기대도 드러냈다.

이 부장은 "동학농민혁명기록물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된다면 동학농민혁명의 세계화가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그동안 동학농민혁명에 대한 연구가 한국사 속에서 의미를 찾는 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고, 기념사업 역시 국내적 차원에서만 이루어졌다"고 설명했다.

또 "동학농민혁명기록물이 기록유산으로 등재된다면 이제는 동학농민혁명의 정신과 역사적 의미를 세계사적 차원에서 검증할 수 있는 여러 사업들을 발굴하고 이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피력했다.  

고영진 기자  kyj@je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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