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집 「청동거울을 보여주마」 이후 남다른 문학세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소설가 민경현이 두 번째 소설집 「붉은 소묘」를 펴냈다.

 진정한 예술이란 무엇인가를 묻고 있는 ‘너의 꿈을 춤추련다’를 비롯, 8편의 중단편이 수록됐다.

 민경현은 이번 작품에서 특유의 장인적 세공의 문체로 예술혼의 탐구에 집요하게 매달리고 있다.

 “그의 열의는 시시때때로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는 예술가적 순정적 열의를 연상시킨다. 오랜 기간의 연마와 훈련, 세상에 선보일 작품을 갈고 다듬는 조탁의 태도”라는 평론가 양진오의 평처럼 그의 소설은 불교적 분위기를 풍기며 인생의 진리를 이야기하고 있다.

 인간의 희로애락으로 묶여진 심상치 않은 기운, 가시적으로 포착하기 어려운 인간의 혼을 담고 있는 그의 작품들은 모두 진정한 삶이란 무엇인가라는 근원적 질문과 마주하고 있다.

 예술가 소설이라 할 수 있는 ‘너의 꿈을 추련다’와 ‘사제와 나그네’는 작가의 이전 소설집 「청동거울을 보여주마」에 수록된 ‘내영’‘꽃으로 짖다’의 연장선상에 있는 작품이다. 그는 이번 작품에서 예술이란 구도적 투신이어야 한다는 점을 드러내고 있다.

 성모애상의 이미지에 기대어 인연의 깊은 숙명을 그리고 있는 ‘스타바트 마터’와 한 척의 원양어선에서 일어나는 실종사건을 그린 ‘꽁치는 빨간 눈으로 죽는다’ 등은 죽음이라는 인간의 근원적 문제에 대한 작가적 관심의 반영이다.

 그의 소설에서 그려지는 삶과 죽음의 경계지대는 평론가 류보선의 지적대로 인간의 현재적 삶을 근원적으로 성찰케 하는 가장 선명한 거울인 죽음을 감동적으로 표현해내고 있다. 문학동네. 8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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