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화는 곧 신자유주의를 의미하는가, 디지털 문화는 21세기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는가.

 「세계 지식인 지도」는 21세기 지식인의 사회적 위치를 되묻고 있다. 중앙일보가 지난해 연재한 ‘세계지식인 지도’를 뼈대로 묶은 이 책은 미국의 행동하는 지식인 노엄 촘스키를 비롯, 모두 50명의 세계적 지식인들을 다루고 있다.

 세계화·근대화·생태·정보·페미니즘 등의 주제로 지식계의 흐름과 지형을 보여주고 있는 이 책은 21세기 사회가 직면한 고민과 문제들을 심도 있게 진단하고 있다.

 에드워드 사이드, 이매뉴얼 월러스틴, 프랜시스 후쿠야마, 폴 크루그먼과 같은 세계적 석학과 함께 사파티스타의 부사령관 마르코스, 조지 소로스, 백남준 등을 함께 아우르며 지식인의 지형을 한층 더 넓히고 있다.

 김상환(서울대 교수·철학) 김성기(문화비평가·사회학) 이동철(용인대 교수·동양철학) 임경순(포항공대 교수·과학사) 임지현(한양대 교수·서양사) 정과리(연세대 교수·불문학) 등 다양한 기획위원이 참여해, 21세기 세계 지성들의 관심사를 조명하고 있다.

 종래 지식인 개념을 바꾼 ‘사이버 시대의 혁명가 마르코스’와 ‘해방철학의 사도 엔리케 두셀’에 대한 서술은 영미 유럽에 편중된 국내 지식인 사회의 문제와 과제를 동시에 드러내고 있다.

 이 책의 미덕은 두 가지로 집약된다. 문화·자연과학·경제·역사·예술·생태·철학사상·공학 등 20세기와 21세기에 걸친 모든 지적 영역에 아우르고 있다는 점과 서양의 지식 독점현상과 구미 편향적 국내 지식인 사회의 통념에서 벗어나 제 3세계 지식인과 실천운동가들을 소개하고 있는 것이 그것이다.

 ‘서구적 근대화’가 과연 21세기의 대안인가라는 물음을 던지고 있는 세계적 석학들의 연구성과에 비해 국내에서는 백남준만이 세계적 지식인의 반열에 꼽힌 것은 이번 기획의 성과이자 한계이다.

 국내 지식인 사회의 지적 활동의 빈한함을 역설적으로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21세기 문명의 공존을 모색하는 하나의 계기로 여겨질 수 있다. 산처럼.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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