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하 전남의대 교수·의료자문위원

부부가 임신을 확인하면 가장 먼저 무엇을 하게 될까? 모르긴 몰라도 두 사람이 머리를 맞대고 태아가 뱃속에서 건강하게 자랄 10개월, 혹은 그 이상 부르게 될 태명을 짓는 것부터 시작할 것이다. 평생 자식을 엄마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은 배속에 있는 때 뿐 이라며 소망을 담아보는 것이다.

태명(胎名), 우리나라 옛 이름으로는 '배냇이름'이라고 한다. 태명이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정확하지 않지만 태아가 태어나기 전부터 보고 듣고 배운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알아챈 선조들은, 엄마 뱃속에서의 열 달을 한 살로 인정하고, 태명을 붙여 이름을 부르고 대화하고 교감하며 태아와 애착육아를 시작했다.

최근 육아 방송 프로그램에서 축구선수 이동국의 아들인 대박이가 태어난 이후에도 '이시안'이라는 이름보다 대박이라는 태명으로 더 많이 불리는 것처럼 언제부터인가 예쁜 태명을 짓는 것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것으로 보인다. 태명을 짓는 것에는 특별한 법칙이나규칙은 없다. 부부 만의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사랑을 담아 부르면 그만인 것이다. 하지만 모든 부부들이 공통적으로 아가의 건강, 지혜로움을 기원해서일까? 비슷한 태명들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태아의 건강을 바라는 의미의 튼튼이, 힘찬이, 쭉쭉이, 씩씩이, 쑥쑥이 등이 있고, 행운이 가득하길 바라는 뜻의 대박이, 복덩이, 럭키, 로또, 다복이, 복땡이, 축복이 등도 있다. 이 외에도 작은 모양을 의미하는 콩알이, 꼬물이 등의 태명도 선호되며 2018년의 경우 황금개띠다보니 개똥이, 금동이 , 황금이, 금몽이와 같이 띠를 따라 짓기도 한다.

태아는 임신 20주가 되면 엄마 목소리를 감지하기 시작하고 이후로 뱃속으로 전달되는 부모의 목소리를 기억하기 시작한다. 단순히 '아가'라는 호칭보다 애정이 담긴 태명을 통해 태아와 교감을 한다면 이것이 바로 최고의 태교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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